정성진 산업2부장

아내는 요즘 아침마다 마스크를 사러 온 동네 수퍼마켓과 약국을 돈다. 줄을 오래 섰다가 앞사람에게서 물량이 끊겨 못 산 경우가 태반이다. 한 번 쓴 마스크는 벽에 걸어 말렸다가 다시 쓴다. 엊그제는 "운 좋게 10개를 샀다"며 좋아했다. 값은 평소의 10배가 넘는단다.

회사 근처에 닭곰탕 집이 있다. 평소 줄이 너무 길어서 한 번도 못 먹어봤다. 며칠 전 저녁에 가니, 손님이 아예 없었다. 주인은 "그 바이러스 퍼진 이후 손님이 줄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필자도 모든 식사 약속을 기약 없이 취소했다.

한국 사회는 멈췄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진 이후, 커뮤니케이션 대부분은 유선으로 진행된다. 마스크를 못 사 헤매는 사람만 움직인다. 상점, 극장, 식당, 운동 시설이 텅텅 비어 있다. 경기가 좋을 리 없다.

한국의 2월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0.4%다. IMF 외환 위기 이후 최저다. 국민이 밖에서 뭘 한 게 없다는 뜻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는 민간 경제 전문가도 많다. 정부는 추경 예산 11조7000억원을 집행한단다. 메르스 때의 두 배다. 이게 최선인가.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확진자가 42명(4일 기준)으로 한국의 134분의 1에 불과한 대만과 비교해보자. 대만은 중국이 우한을 봉쇄한 1월 23일부터 순차적으로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해, 2월 7일에는 중국과 홍콩·마카오에서 오는 외국인 입국을 전면 중단시켰다. 한국이 2월 4일부터 우한이 있는 후베이성발(發) 입국만 막은 것과 전혀 다른 속전속결 강경책이다.

마스크에 관한 대만의 조치는 놀랍다. 1월 24일부터 마스크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야당은 "인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했지만, 행정원장(총리)은 "자신을 구해야 남도 구한다"고 했다. 한 치 앞을 못 본 한국 정부는 1월 28일 중국에 마스크·방호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때 인천공항은 마스크 들고 나가는 중국인 보따리상으로 미어터졌다.

대만은 2월 6일부터 '마스크 실명제'도 실시했다. 현재 건강보험 카드를 제시하고 어른은 1주일에 최다 3개만, 아동은 5개만 살 수 있다. 산술적으로 이틀을 써야 하는 단점은 있다. 마스크 하나 값은 약 200원이다. 대만은 심지어 의료 인력 출국 금지 조치까지 해놨다.

"중국 봉쇄를 통한 방역 성공은 현 대만 정권이 반중(反中)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맞는다. 그러나 그보다 180명이 죽은 사스 사태의 교훈을 철저히 실천한 효과가 더 크다. 한 예로, 대만은 중요 물품을 비축해야 한다는 조항을 전염병방지법에 넣었다. 마스크 관리를 정부가 장악한 바탕이다.

결과는 수치로 나타난다. 차이잉원 총통 지지율은 작년 말 49.3%였으나 지금은 68.5%이다.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것에 대해 신뢰하느냐"는 설문조사에 대해 85.6%는 '그렇다'고 답했다. 현지 언론은 "우한 코로나로 차이잉원이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기를 맞이했다"고 쓰고 있다.

경제도 견조하다. 현재 대만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진다고 본다. 코로나 충격은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만도 한국만큼 중국 교역 비중이 높아, 제조업은 피해가 크다. 차이는 내수다. 대만 국립중앙대학 대만경제센터는 최근 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3.93점으로 전달 대비 1.37 하락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코로나 여파에도 엄청난 하락 폭은 아니어서 의외"라고 했다.

대만은 현 한국 정권이 초기부터 연구한 나라다. 탈원전을 먼저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대만은 내년에 탈원전 정책 폐기 관련 두 번째 국민투표를 한다. 지금 배워야 할 것은 탈원전이 아니고 방역 대책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