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을 4년 동안 써 온 직장인 A씨(39·마포구)는 최근 휴대전화를 바꾸려다가 색다른 기사를 접했다. 은행이 휴대전화를 판다는 내용이었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리브M'이라는 알뜰폰에 가입하면 아이폰 구매 시 10% 할인과 1년간 무제한 LTE 요금을 반값 할인해 주고, KB국민카드로 요금을 내면 5000원 캐시백, 쿠팡에서 사면 포인트를 얹어 주는 등 전에 없던 서비스가 망라돼 있었다.
A씨는 기존에 대형 통신사의 100GB(기가바이트)짜리 6만5000원 무제한 요금제를 썼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번호 이동을 통해 절약하는 통신비가 1년에 51만6000원에 달했다. 그는 "며칠 전 쿠팡으로 아이폰을 배달받았고, 다음 날 유심칩도 배송받아 꽂으니 바로 개통됐다"며 "통신사 포인트가 쌓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지만, 요금 할인 효과가 훨씬 커서 만족스럽다. 은행과 통신이 결합한 상품으로 쏠쏠한 혜택을 봤다"고 말했다.
◇금융사 최초로 통신 산업 선(線)을 넘다
KB국민은행이 작년 말 출시한 금융+통신 결합 서비스 '리브M'이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리브M은 정부의 규제 특례를 적용받은 1호 상품이다. 그간 허용되지 않았던 은행의 통신업 진출 벽을 깨고 고객에게 합리적인 통신비와 함께 다양한 금융·통신 융복합 서비스로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 계열 은행과 증권, 카드 등 KB 금융 상품을 많이 이용할수록 요금제는 싸진다. 남은 통신 데이터는 금융 포인트로 적립해 카드 요금으로 내거나 현금처럼 인출도 가능하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통신사업으로 수익을 남길 생각은 없다.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과 경쟁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통신 사용 실적에 따라 맞춤형 대출 상품을 내놓는 등 전에 없던 사업 모델로 고객들에게 손에 잡히는 혜택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KB의 다양한 디지털 퍼스트 무버 전략은 'KB모바일인증서'에서도 엿볼 수 있다. KB에서 자체 개발한 사설 인증서인 KB모바일인증서를 발급받으면 은행 지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회원 가입부터 신규 상품 가입까지 모바일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다.
보안 카드나 OTP(일회용 비밀번호) 없이 계좌 비밀번호만으로 200만원 이하 이체가 가능하고, 간편 비밀번호 6자리를 추가 입력하면 하루에 최대 500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여기에 ARS 인증을 추가하면 5억원까지도 가능하다. 매년 갱신해야 하는 공인 인증서와 달리 KB모바일인증서는 유효기간이 없어서 재발급에 대한 스트레스와 번거로움도 없앴다.
KB모바일인증서는 다양한 금융 계열사들을 연계한다는 점에서 다른 핀테크앱과도 차별화를 이뤘다.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 카드 등 여러 계열사의 앱에 탑재함으로써 인증을 통해 다양한 금융거래가 연결되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객 편의를 극대화한 KB모바일인증서는 출시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가입자 250만명을 모았다.
◇영업점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도 첫발
최근 KB국민은행은 차세대 전산 시스템인 '더케이(The K) 프로젝트'를 영업점에 적용하는 '영업점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더케이 프로젝트는 전 사적 차원에서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끌 핵심 도구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IT 인프라를 구축해 미래형 전산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영업점에 이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업무는 최소화하고, 쉽고 빠르게 업무 프로세스가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계 여신, 외환, 퇴직연금 등 손이 많이 가는 기존 단순 반복 업무들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로봇 프로세스 자동화)에 맡긴다. RPA를 통한 자동화로 업무가 훨씬 경감될 전망이다. 덕분에 은행원들은 남는 시간에 고객 상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고객이 요청하는 여러 업무를 자유롭게 조합해 한 번에 처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허인 은행장은 작년 11월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디지털 혁신 조직으로의 본격적인 대전환을 선언했다. 허 행장은 "디지털 기술 역량 강화, 강력한 추진력, 적극적 외부 파트너십, 전 직원의 변화·혁신 동참을 통해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편리함과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