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주운 휴대폰을 팔려던 현장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돼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위법한 긴급체포였다는 이유였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인정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따라 다른 증거도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2018년 7월 서울 합정동 먹자골목 인근에서 시가 100만원 상당의 아이폰 7을 주웠다. 마침 인근에 분실 휴대폰을 매수하겠다는 뜻으로 휴대폰을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일명 '흔들이'라고 불리는 장물업자 이모씨였다. A씨는 이씨에게 주운 휴대폰을 팔려다 가격이 맞지 않아 돌아섰다. 곧이어 "A씨가 훔친 폰을 팔려고 했다"는 이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훔친 게 아니라 주운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A씨를 연행했다. 결국 검찰은 절도죄 대신 점유이탈물횡령죄로 A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은 '긴급체포'의 적법성을 따졌다. 판사는 "경찰이 이씨 말만으로 A씨의 절도죄를 의심해 긴급체포한 것은 현저히 합리성을 잃어 위법하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상 법정형 상한이 3년 이상인 범죄에 대해서만 긴급체포를 할 수 있다. 절도죄(6년 이하 징역)는 가능하지만 점유이탈물횡령죄(1년 이하)는 불가능하다. 법원은 압수된 휴대폰 등 다른 증거들도 아예 쓸 수 없다고 했다. 위법한 긴급체포를 토대로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였다. 이 사건은 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법원이 또다시 긴급체포의 요건을 엄격히 판단한 것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있었다. 2016년 창원지법은 검찰이 마약 투약 제보를 받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긴급체포해 자백을 받은 사건에서 "이미 신원을 파악하고 있어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08년 범행 한 시간 후 강도범을 현행범 체포한 데 대해 "범죄 실행 중이거나 그 직후가 아니어서 위법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