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이 바닥에 엎드려 두번이나 절을 하며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했다.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한 첫 공식 사과다.
이 총회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 가평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후 3시 15분쯤 마스크를 끼고 모습을 드러낸 이 총회장은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에게 뭐라고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입을 뗐다. 이 총회장은 "고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신천지에서)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다 막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에게 사죄를 구한다. 정말 면목이 없다. 엎드려 사죄를 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위해 마련된 테이블을 벗어나 큰절을 하기도 했다. 이어 "이 바쁜 시기 정부가 우리 교회를 위해서 노력해주시는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다. 그 고마움과 동시에 이 정부에도 이 사람이 용서를 구하겠다"며 두 번째 큰절을 했다. 그는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신천지를 중심으로 우한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총회장이 교주로서 뒤늦게 입장을 밝힌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어떤 모임도, 어떤 장소도 (신천지와 관련해선) 다 막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모여서 대화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손발이 없어서 협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 다 협조해서 코로나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회장은 또 "교회의 지도자는 부모와 같고 성도들은 자녀와 같다. 죽음에 이를 만큼 무서운 병이 돌고 있는데 어느 부모가 그냥 보고 있겠느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의 일이기 전에 너무나 크나큰 재앙"이라면서 "모든 국민과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서 다 함께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 하늘도 도와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이 총회장이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은 뒤 가진 질의 응답 시간에는 한 신천지 관계자가 이 총회장의 발언을 정정하고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여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평화의 궁전에 언제 왔고, 지속적으로 자가격리를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 총회장이 "윗사람은 한 군데 있을 만한 게 못된다. 여기 있기도 하고 거기 갔다오기도 하고 했다"라고 답하자, 신천지 관계자가 "2월 17일에 와서 움직이지 않고 여기 있었다고 말하세요"라고 말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신천지 관계자는 기자회견 시작 20여분 만에 "총회장님 들어가셔도 되고 저희가 답변 받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신천지 측은 당초 기자회견 장소를 경기 가평에 있는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 지하층에 마련했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경기도 측이 기자회견 1시간 여를 앞둔 이날 오후 폐쇄된 시설 내 기자회견 불허를 통보하면서, 회견 시간이 약 15분 가량 지체됐다. 경기도는 지난달 24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 내 신천지 시설을 강제 봉쇄하고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결국 협의 끝에 평화의 궁전 대문 바깥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곳 인근에는 신천지 피해자 가족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모여 확성기에 대고 "이만희 사기꾼" 등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우한 코로나 확진자 중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한 환자가 57%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감염 환자가 집중된 대구에서는 약 70%의 환자가 신천지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