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힘들게 버텨가는 경제가 정부의 바이러스 방역 실패로 심정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마스크 부족으로 비난이 빗발치자 문재인 대통령은 마스크 생산 능력은 충분한데 매점매석이 문제라고 투기꾼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평소에 극히 일부만 사용하던 마스크를 온 국민이 사용하고, 우리 인구의 26배인 중국으로 수출이 200배 되고 있는데 생산 능력이 충분하다면 이 산업에 엄청난 생산설비가 놀고 있었다는 말이다. 결국 경제부총리가 다음 날 사과해야 했다. 대통령의 상식을 벗어난 발표가 국민을 희망 고문하는 민망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투기꾼이 시장 좌우하고, 가격 폭등 책임있다는 게 현 정부의 시각

시장을 투기꾼 몇 명이 좌우하고, 가격 폭등 책임이 모두 그들에게 있다는 것이 현 정부가 시장을 보는 시각이다. 바이러스 난국 중에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 타협은 없다며 더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다짐했다. 집권 2년 8개월 만에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 집값은 가장 많이 올랐고, 규제 지역을 지정할 때마다 다른 도시에서 풍선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어디서 정책이 잘못되었을까 하는 의심조차 없는 모습이다.

지식산업화로 경제적 기회가 집중되는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은 글로벌 현상이다. 그 결과 도시의 주택 가격 상승은 많은 나라에서 큰 사회적 이슈다. 1980~ 2015년 미국의 평균 주택 가격 인상률은 20%가 되지 않았는데 샌프란시스코는 같은 기간 약 150% 상승해서 7배가 넘는다. 영국 런던 또한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의 3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나라들에서는 주택 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단죄하고 주택 가격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하지 않는다. '투기꾼'이 가격 인상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고 인하될 것을 예상한다면 여러 채의 부동산 구매는 패가망신할 수 있는 위험한 투자다. 부동산 시장을 연구해온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학 교수는 부동산 투자가 우량주 펀드 투자의 7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투자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보다 낮다. 주택 투기꾼들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이곳의 주택 투자가 다른 투자보다 수익이 높은 이유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투기꾼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주택이나 마스크나 투기꾼들의 사재기가 가격 폭등 원인이라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사재기는 시장의 공급을 차단하는 행위다. 바이러스 특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상품을 오랫동안 쌓아둘 만큼 상인들은 우매하지 않다. 월등히 높은 가격에 대량 구매하는 중국 수입상들에게 신나게 팔고 있을 뿐이다.

아파트를 여러 채 소유한다고 해서 주인이 다량의 주택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전월세를 통해 시장에 나오는 물량을 늘리게 된다. 또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는 행위는 주택 경기를 끌어올리고, 청약 활성화를 통해 공급량을 늘려 주택 가격을 안정시킨다.

주택 위기에 대한 NYT의 해법은 '건축, 건축, 건축, 건축'

대도시의 주택 가격 최근 조사에 의하면 주택 개발에 대한 사전 규제가 높은 도시들의 주택 가격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대도시의 주택 위기에 대해 진보적인 뉴욕타임스지의 해법은 '건축, 건축, 건축, 건축'이다. 브루킹스 연구소도 정부와 지자체의 과도한 토지 규제가 중요한 원인이지 좌파들이 탓하는 부패한 개발사업자들과 부자들의 탐욕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1980년에 3800만이던 인구가 5200만이 되었고 수도권 집중은 강화되었는데도 여전히 용적률과 고도제한은 그대로 둔 채 투기꾼 탓만 하고 있다. 우리 주택은 국민소득이 300달러가 안 되는 1970년대 지어진 것부터 1700달러이던 1980년대 지어진 것들로 3만달러 시대에 맞는 품질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은 관치와 환경단체들의 자비에 달려 있어 몇 십 년이 걸릴지 모르는 불확실한 형편이다.

마스크 유통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5장 한도로 특정 채널에서 제한 판매한다는 것은 공급 능력이 충분하다는 대통령의 주장과 모순된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사러 위험을 감수하고 매일 줄을 서야 하고, 업체들로서는 올라간 생산원가 때문에 추가 생산의 인센티브가 사라진다. 주택을 중앙정부가 대규모 신도시로 해결하겠다는 발상 또한 해결책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으로 몇 시간 낭비해야 하고, 자녀들이 좋은 학원 가기 어려운 주택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지역성 때문에 주택은 지역 시장에서 공급이 결정되어야 한다.

시카고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비상시에 사재기와 가격 폭등을 처벌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해 전문가 중 7%만 찬성하고, 77%는 반대했다. 정부의 계획경제적 개입이 시장 자율보다 훨씬 부작용이 크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녁에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빵 가게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돈을 벌겠다는 이기심 덕이다. 이익 추구를 적대시하고 도덕을 앞세우며 시장을 억압할수록 경제는 침체한다. 문 정부의 소주성, 마스크 대란, 주택 정책의 실패는 모두 이런 시장 기능을 부정하는 오만한 정책의 결과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부동산의 소유를 죄악시하던 노무현 정부의 시도는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실패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시장에 대한 오기만 축적한 듯하다. 거래 봉쇄를 가격 안정이라고 우기며, ‘폐족’보다 경제를 더 망친 정부를 역사는 훗날 무엇이라 부를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