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가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짜파구리를 맛깔나게 만든 모습.

"기생충을 보니 짜파구리가 먹고 싶어!"

지구촌에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휩쓴 효과다.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조여정이 맛있게 먹었던 '채끝 짜파구리'가 세계 영화 팬들의 눈과 식욕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세계적인 인기와 함께 짜파구리는 한국의 맛을 세계에 알리는 K푸드 열풍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생충이 상영 중인 영국의 한 영화관에서 관람객들이 너구리 라면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세계서 가장 핫한 음식된짜파구리

짜파구리는 2009년 농심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로 소개하며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는 서민들이 즐겨 먹는 요리이지만, 한우 채끝살을 넣어 먹는 장면을 통해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요리로 등장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영어 자막에서 한국인에겐 익숙하지만 외국인은 잘 모르는 '짜파구리'라는 단어를 라면(Ramyun)과 우동(Udon)을 더한 'Ram-Don'으로 표현해 참신한 번역의 사례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기생충이 국내에 처음 개봉했을 때부터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던 짜파구리는 영화가 세계 각 나라에서 개봉할 때마다 현지 요리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며 화제몰이 중이다. 짜파구리를 먹어본 이들은 "달짝지근하고 맛있어서 단숨에 먹어 치웠다" "소고기를 넣지 않아도 맛있었다"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영화 기생충이 주인공이 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날 전 세계 수많은 네티즌들은 "짜파구리를 먹으며 시상식을 보고 있다" "수상을 축하하는 의미로 짜파구리를 끓여 먹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자리 잡은 미쉐린 1스타 한식 레스토랑 '코트(Cote)'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기념해 채끝 짜파구리를 특별 메뉴로 한정 판매했다. 지난 1월 기생충이 개봉한 일본 도쿄에서는 한 카페에서 스테이크를 넣은 짜파구리를 '기생충 세트메뉴'로 선보이기도 했다. 기생충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내 한 급식위탁업체는 운영 중인 전국 300여개 회사의 구내식당에서 점심메뉴로 '소고기 짜파구리'를 선보였다. 이로 인해 전국 약 6만명의 회사원들이 점심으로 짜파구리를 즐겼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후 3일간 짜파게티 매출액이 신라면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신라면은 30년째 국내 라면시장 1위를 지켜온 라면시장 대표 제품으로 짜파게티가 신라면보다 많이 팔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포스터는 농심이 영국에서 짜파구리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었다.

◇농심 "짜파구리 세계에 알린다"

농심은 짜파구리 열풍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시상식 다음날, 농심은 전세계 11개 언어로 짜파구리 조리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구리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영화에 나온 짜파구리를 정확하고 맛있게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조리법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농심이 제작한 짜파구리 조리법 영상은 농심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되어 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11개 언어 자막이 등록되어,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접속하면 자동으로 자막과 함께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농심은 이달부터 상영을 시작한 영국과 재개봉한 베트남의 주요 도시 상영관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 제품을 나눠주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며 짜파구리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이 짜파구리에 더 많이 관심을 갖고, 먹어볼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가 K컬처를 통한 K푸드 전파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것은 식품한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세계 각국의 거래선과 소비자들로부터 짜파구리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