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행방불명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현장 상황을 영상으로 고발해온 시민기자 2명이 차례로 실종된 데 이어 시진핑 주석을 비판한 저명한 교수마저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쉬장룬 중국 칭화대 법대 교수.

15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의 일요일판 옵저버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최근 시진핑 주석을 공개 비판하는 글을 작성한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칭화대 법대 교수인 쉬장룬(許章潤)의 친구들이 "그가 수일 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쉬장룬 교수는 가장 최근 발표한 에세이의 마지막에 "이제 내가 새로운 처벌을 당할 거라고 너무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면서 "실제로 이것은 내가 쓰는 마지막 작품일 수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 글에서 자신이 1년여 전에도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가 자유를 제약당한 적이 있다면서 직무 정지와 교수직 박탈 경험 등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쉬장룬이 최근 여러 해외 웹사이트에 기고한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이 코로나19 조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중국에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한 바 있다.

SCMP에 따르면 그는 당국의 감시를 받으면서도 "중국의 정치체제는 폭정 아래 붕괴됐고 관료들의 통치체제는 30년 이상 허둥댔다"면서 "중국이 관리들의 충성심을 능력보다 우선시해 평범한 간부들로 관료제를 채웠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코로나19 발병과 관련 "후베이성의 난장판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모든 지방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지식인 수백명과 함께 최근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도 서명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쉬장룬의 지인들은 그가 글을 올린 뒤 그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이 차단됐고 수일 동안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이들은 그가 구금당한 것은 아니고 베이징 자택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현재 쉬장룬의 이름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도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색엔진 바이두에서는 몇년 전의 그와 관련된 기사 몇건만이 검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