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 방호복과 보호장비로 무장하고 최전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몸 전체를 감싸는 방호복을 껴입고, 모자와 마스크, 고글을 쓰고, 장갑을 끼고, 덧신을 신고, 또 그 위에 비닐을 덮는 데 15분 이상 걸린다고 한다.

한 번 벗으면 입고 있던 모든 것을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한 벌로 버틴다. 화장실에 갈 때도 방호복을 몸에서 벗기는 순간 바로 폐기해야 한다. 의료물자 부족이 심각한 현재 상황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당수 의료진은 한 번 중무장하면 번번이 화장실에 갈 수 없어 기저귀를 찬다.

생리 중인 여성 의료진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생리 중엔 패드형 생리대나 체내 삽입용 생리대인 ‘탐폰’을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데, 방호복을 입은 상태에선 어려운 일이다.

중국 후베이성의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여성 의료진에게 여성 생리용품이 전달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사는 20대 여성 장진징은 코로나19의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 여성 의료인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생리 중일 땐 어떻게들 하고 있는 거지?’

장진징은 우한으로 많은 기부 물자가 보내지고 있지만 의료물자와 식량이 대부분이고 여성 위생용품은 거의 없다고 했다. 특히 여성이 생리를 할 때 필요한 위생용품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이달 7일엔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전염병 발생 지역 여성들이 겪는 곤경은 외면받고 있다. 여성 의료인뿐 아니라 여성 환자들도 ‘안심 바지’가 필요하다. 생리대를 바꿀 때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중국 후베이성의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여성 의료진에게 보내질 여성 생리용품.

이 글은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좋아요’가 33만 건을 넘었고 5만 3000건 이상 공유됐다. 댓글은 7800개 넘게 달렸다. ‘공감한다’ ‘여성 위생용품을 모아서 보내자’ 같은 댓글이 많았다. 웨이보에서 ‘梁鈺stacey(량위스테이시)’라는 아이디로 운영하는 그의 계정은 15일 기준 팔로어 수가 28만 명을 넘어섰다.

그가 언급한 ‘안심 바지’는 팬티처럼 입을 수 있는 기저귀형 생리대를 말한다. 팬티형 생리대는 일반적인 패드형 생리대나 ‘탐폰’보다 더 많은 피를 흡수해 더 오랜 시간 착용할 수 있다. 주로 생리대를 자주 교체할 수 없는 특수 상황일 때 팬티형 생리대를 착용한다.

장진징은 우한과 후베이성 다른 지역 병원으로 생리 위생용품을 보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후베이성 안 상당수 도시가 봉쇄령으로 외부에서 접근할 수 없는 것을 감안해, 후베이성 안에 재고를 갖고 있는 제조사부터 수소문했다. 몇몇 업체는 그의 웨이보 글에 댓글로 제품 기부 의사를 밝혔다. 기부품이 모인 후 각 병원의 여성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시내 교통도 통제되고 있어 교통 당국의 운송 허가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후베이성에서 여성 의료진을 위한 생리용품이 전달되고 있다.

장진징은 웨이보를 통해 "많은 자원봉사자가 각 병원에 연락해 수요를 파악하고 배달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11일까지 후베이성 약 30개 병원에 20만 개에 달하는 팬티형 생리대와 패드형 생리대가 보내졌다고 한다.

장진징은 여성 생리용품 구입을 위해 모금 활동도 시작했다. 그는 15일 "2월 11일 오후 7시 52분부터 12일 오전 9시 12분까지 두 곳의 모금 플랫폼을 통해 235만5051위안(약 4억 원)의 성금을 모았다"고 밝혔다. 14일 24시까지 ‘안심 바지’ 20만 개와 일회용 팬티 30만926개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중국 후베이성의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여성 의료진.

제품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14일 24시까지 9개 브랜드와 3개 단체, 개인 11명이 ‘안심 바지’ 18만6840개, 생리대 7800개, 일회용 팬티 3156개, 손에 바르는 크림 700개를 기부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연일 늘어나는 가운데, 의료진 감염도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1일 기준 의료인 171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6명이 사망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의료진 감염도 우한과 후베이성에 집중됐다. 후베이성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인은 1502명, 그중 우한에서 감염된 의료인이 1102명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후베이성에 인민해방군 군의관을 포함해 2만여 명의 외부 의료진을 투입했다.

14일 중국 인터넷 포털 바이두의 첫 화면에 실린 그림. 모두 남성 노동자만 그려졌다.

온라인에선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의료진이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소개할 때 남성 위주로 이뤄진다는 논란도 한창이다. 14일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바이두의 첫 화면엔 공사 현장에서 마스크를 낀 노동자들의 그림이 실렸다. 모두 남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