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78·사진)씨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14일 패소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 결과 발표로 노씨가 명예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적정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불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는 통상 기소 단계에서 이뤄진다. 최근 추미애 법무장관은 '인권'을 내세워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의 비공개를 결정했지만, 법원은 공적 사안에 대해선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추 장관의 "(국민에게는) 조금 있다가 알 권리도 있다"는 발언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창원지법 민사1부(재판장 박평균)는 이날 노씨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특별사면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돈을 받았다는 검찰의 잘못된 수사 결과 발표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노씨 피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등 노씨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국민이 믿게 했다"며 명예훼손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당시 수사 결과 발표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정책적 판단에 따른 조치인 특별사면에 대한 청탁 의혹이라는 중대한 공적 사항에 관하여 제기된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국민 알 권리를 충족시키며, 의혹이 제기된 관련자들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노씨가 "잘못된 수사 결과"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당시 수사 결과 부분은 관련자들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에 기초했다"며 "객관성과 상당성, 표현의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노씨가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한 검찰 수사는 지난 2015년 진행됐다. 당시 검찰 특별수사팀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2005년 성 전 회장이 1차 특별사면을 받은 후 경남기업 임원이 노씨에게 3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노씨의 편의를 봐줬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노씨는 "사면에 관여하지 않았는데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원 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018년 8월 노씨 주장을 일부 인정해 정부에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