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기록하면서 전 세계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기생충’이 정작 한국의 이웃나라인 중국에서는 개봉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영화 팬들이 ‘기생충’의 개봉을 고대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인지,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일각에서는 ‘기생충’이 사회적 불평등과 극심한 빈곤에 대한 비판, 강렬한 사랑을 담은 만큼 중국에서 개봉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한국 영화들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중국의 검열 때문에 중국 내 개봉이 좌절된 바 있다. 중국은 성관계나 폭력, 민감한 정치 문제 및 마약이나 도박 등 사회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문제들을 다룬 영화들의 개봉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2016년 말레이시아와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에서 9800만 달러(약 1160억원)의 흥행수입을 거둔 영화 '부산행'도 중국에서는 개봉하지 못했다. '신과 함께 : 죄와 벌'(2017)과 '신과 함께 : 인과 연'(2018) 역시 미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실화를 다룬 '택시운전사'(2017)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다룬 '변호인'(2013) 역시 중국 개봉에 실패했다.

중국 영화매체 엠타임(Mtime)은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지만 중국 내 '기생충' 개봉에 대해 어떤 정보도 없다고 전했다. 대규모 영화 배급업체 아이치이(iQiyi)는 ‘기생충’을 언제 중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중국은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으로 극장들이 폐쇄된 상태다.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중국 영화 팬들은 존경과 동시에 질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과 중국 영화가 동시에 중흥기를 맞이했지만 한국은 검열제도와 외국 영화에 대한 스크린 쿼터제를 폐지한 반면, 중국은 검열과 스크린 쿼터제를 유지하면서 양국 영화산업에 큰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 중국인들의 분석이다.

특히 한국의 자유로운 사회적·정치적 분위기가 '기생충'의 첫 외국어 영화 아카데미 작품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부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기생충'을 보려면 해적판 비디오에 의존하거나 당국의 방화벽을 피해 해외 스트리밍 사이트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