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파고들면 반드시 행복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전고체(全固體·All Solid State)전지의 1인자 간노 료지(管野了次·64) 일본 도쿄공업대 교수는 최근 도쿄에서 전지업계 전문가 대상 특별강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차세대 전지의 승부는 어떤 재료를 개발하느냐에 달렸는데, 개발부터 실용화까지 10~20년은 필요하다"면서 "남다른 인내력 없인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전고체전지는 전기차에 보급된 리튬이온전지에 이은 차세대 전지. 간노 교수는 전고체전지 핵심인 전해질의 구성물로 특정 황화물(黃化物)계를 찾아냈다. 현재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는 전해질이 액체라 큰 충격을 받으면 화재 위험이 있다. 반면 전고체전지는 전해질이 고체라 화재 위험이 적다. 같은 크기 리튬이온전지보다 3배 이상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전기차 탑재 시 충전 시간도 리튬이온전지(고속충전시 30분~1시간)보다 훨씬 짧다. 실용화되면 전기차 확산에 전기(轉機)가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간노 료지 도쿄공업대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도요타의 전고체전지 전기차가 올해 나오는 데 대해 “실물이 나온다니 설렌다”면서 “앞으로 세계에서 더 많은 연구 경쟁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전고체전지를 개발해 온 도요타가 올해 전고체전지 탑재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 삼성SDI를 비롯한 국내 배터리업체도 전고체전지를 연구 중이기 때문에, 도요타가 내놓을 제품이 어느 정도일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요미우리신문이 '전고체전지 1인자'라는 제목으로 인터뷰를 크게 싣는 등 언론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간노 교수는 재료 연구로 성공하는 데 필요한 두 가지를 얘기했다. "우선 내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을 믿고 끊임없이 우직하게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당연해 보이지만 어려운 두 가지. 그는 "목표를 향해 계속 움직일 수 있는 내 자리,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간노 교수에게 언제쯤 전고체전지 전기차가 대량 보급될지를 묻자 "리튬이온전지도 작년 노벨상을 받은 요시노 아키라(吉野彰)씨의 성과부터 30년, 최초 연구부터 40년 걸려 지금에 이르렀다"며 "전고체전지는 본격적으로 연구된 지 10여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오사카대(1978년 학부 졸업)에서 무기재료 합성법을 터득한 그는 1980년 미에(三重)대 전기화학 연구실에서 리튬이온 전도체를 다뤘다. 1989년 고베(神戶)대 조교수 시절 유리 광학 특성 연구로 저명한 가와모토 요지(川本洋二) 교수를 만났는데, 다른 분야인데도 그의 연구 기법에 큰 영향을 받았다.

간노 교수 연구팀의 독보적 기술로 알려진 '박막창제(薄膜創製)'도 그런 이종(異種) 간 학문의 연결에서 나왔다. 단결정(單結晶) 판 위에 결정을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박막을 합성, 리튬이온·전고체전지 실험에 이용하는 것이다. 2001년 도쿄공업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11년 리튬이온전지의 액체 전해질 성능을 넘어서는 고체 전해질을 발표함으로써 관련 학계·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고체전지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를 묻자 그는 "재료 특성에 따른 한계는 있겠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아직 전문가들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한계를 모르기 때문에 꿈을 얘기할 수 있고, 더 큰 꿈도 꿀 수 있다"고도 했다. 간노 교수는 "전고체전지가 탑재된 전기차 등 실물이 나오게 되면, 연구자도 자금도 더 많이 모이게 될 것"이라며 "전고체전지의 미래는 앞으로 연구에 뛰어들 수많은 연구자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