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각) 이집트 인구가 1억명을 돌파했다. 20년 전만 해도 7000만명 수준이었던 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인구 절벽' 위기에 처한 한국 입장에서는 부러운 얘기다. 하지만 이집트에선 축하 분위기 대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인구 증가는 테러에 맞먹는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집트의 '1억 번째 국민'은 야스미네 라비에라는 이름의 여자 아기다. 이날 낮 중부 미니아주(州)에서 태어났다. 이집트의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은 3.5명으로 한국(0.88명·지난해 3분기)의 4배 수준이다. 연간 인구증가율은 1.8%로, 이 추세대로면 10년 후 이집트 인구는 1억2800만명이 된다.

이집트 인구 급증의 이유로는 자녀를 자산으로 여기는 문화가 꼽힌다. 자녀의 수로 재력을 과시하는 데다 여러 명의 자녀를 낳아 노후를 든든하게 보장하려는 부모도 많다. 이집트는 연금 등 사회복지 제도가 부실해 자녀가 곧 노후소득 보장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집트 정부가 '둘이면 충분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산아제한 캠페인을 벌여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사태 이후 인구 증가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 자식이라도 많아야 한다는 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집트에서 인구 증가는 재앙이다. 이집트는 국토 면적의 약 4%에 전체 인구 95%가 몰려 거주한다. 주택이 부족해 수도 카이로 외곽에는 가건물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물 부족도 심각한데, 중요 상수원인 나일강 상류에 에티오피아가 대형 댐을 가동할 예정이라 물 공급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매년 70만명의 청년이 취업전선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변변한 산업은 없다. 절대빈곤율(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구의 비율)은 2015년 27.8%에서 지난해 32.5%로 악화했다. 전문가들은 이집트 정부가 인구 급증을 '위협'으로 여긴다면서도 전략과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