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예솔 기자] 봉준호 감독이 영화 '괴물'을 만들며 힘들었던 시절을 언급했다.
10일에 방송된 MBC '특집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념 감독 봉준호'에서는 영화 '괴물' 제작할 당시 봉준호 감독이 겪었던 심정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졌다.
봉준호는 "고교 시절에 우연히 잠실대교 교각을 기어 올라가는 괴생물체를 본 적이 있다. 나중에 영화 감독이 되면 이걸 꼭 영화로 찍어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한강을 찾은 봉준호는 "한강의 다리마다 교각들 느낌이 다 다르다"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모했던 영화다. 이런데서 그렇게 했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괴물'에 출연했던 배우 변희봉은 "괴물 새끼라도 갖다놓고 찍을 줄 알았다. 근데 작은 둥그런 걸 하나 갖다 놓고 그걸 괴물이라고 생각하라고 하더라. 한 번도 경험 없는 사람들이 저걸 괴물이라고 생각하라고 하는데 그게 실감이 나겠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개봉 당시 '괴물'을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지도 화제였다. 영화 '괴물'의 제작사 대표는 "처음 얘기 들었을 땐 띵하고 어리둥절했다"라며 "모든 투자자들이 서로 짠 것처럼 투자시점이 아니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봉준호는 "웨타 디지털이라는 컴퓨터 그래픽 회사가 있다.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해진 회사다. 예산의 차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 그때 정말 자살하려고 했다"라고 말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어 봉준호는 "그땐 영화는 언제부터 찍는다고 공표를 해놓은 상태였고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이 많았다. 내 자신이 사기꾼이 된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봉준호는 영화 특수효과 전문 잡지를 모두 섭렵했다. 봉준호는 "쌓아 놓고 공부했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고 싶었다. 모든 샷에 감독들이 에너지를 투입해야만 원하는 게 나올 수 있다. 절대 그냥 나오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봉준호는 캐빈 래퍼티 시각효과 감독을 만나 '괴물'을 완성시켰다. 캐빈 래퍼티 감독은 "괴물이 등장한 게 125개의 장면이었다"라며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텔링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단편이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 의미를 담아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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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특집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념 감독 봉준호’ 방송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