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다디, 성모자와 천사들, 1346~47년, 나무판에 템페라와 금박, 피렌체 오르산미켈레 성당 소재.

지난 칼럼에 소개했던 오르카냐의 대리석 닫집은 바로 이 그림, 베르나르도 다디(Bernardo Daddi·약 1280~ 1348)의 ‘성모자와 천사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곡물시장이던 피렌체의 오르산미켈레에는 사방으로 열려 있는 목조 건물이 서 있고, 그 벽면에 성모자를 그린 프레스코화가 있었다. 이 성상은 1292년 찬송으로 성모자께 경배를 드리는 ‘찬양 신도회’가 결성된 직후부터 병자를 치유하는 기적을 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신도회는 물밀듯 밀려드는 참배객들에게 초를 팔고 헌금을 받아 불우한 이들에게 곡식을 나눠주는 일로 바빴다. 다디의 이 그림은 1304년 화재로 소실된 처음의 벽화와 그를 대신했던 두 번째 성모자상을 대체한 세 번째 성상으로 놀랍게도 치유의 권능은 그림이 바뀔 때마다 더해갔다고 한다.

스승이었던 조토의 뒤를 이어 피렌체에서 활동하던 다디는 명암의 미묘한 변화를 이용해 부피감을 표현한 조토의 혁신에 우아하고 추상적인 비잔틴 회화의 전통을 혼합해, 장엄한 조토의 그림보다는 화려하고 인물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그렸다. 눈부신 황금빛 배경을 바탕으로 떠오른 선홍빛 권좌는 어둑한 성당에 들어오는 이들의 눈길을 잡아끌며 천상의 광경을 선사했을 것이다.

그림 주위는 마치 장막을 걷어낸 듯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실제로 신도회는 평소에 성모자상을 가려뒀다가 참배객이 있을 때만 열어주었다고 한다. 그래야 기적이 더 잘 일어난다고 했다지만 사실 이는 헌금을 더 많이 거둬들이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신께서는 그 앞에 초 한 자루 바치지 못하는 이들이야말로 절실히 기적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