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약사 건일제약이 지난달 15일 네덜란드 식약처(CBG-MEB)로부터 '로수메가 연질캡슐'의 유럽 최종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 로수메가 연질캡슐은 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 등 이상지질혈증을 치료하는 복합제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에서 허가 승인을 받았으며 앞으로 상호인증절차(MRP)를 통해 유럽연합(EU) 내 28개 국가와 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이 속한 유럽경제지역 3개국 등 총 31개국에서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로수메가 연질캡슐은 콜레스테롤 치료제 '로수바스타틴'과 중성지방 치료제 '오메가-3산'의 복합제로, 국내에서는 2017년 출시됐다. 국내에서 개발된 복합제로서는 이번에 최초로 유럽 완제품 품목허가를 승인받은 것이다.
신약을 하나 개발하려면 보통 10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 연구 개발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투입된다. 그러나 건일제약은 해외에서 개발된 신약을 국내에 도입한 뒤, 해당 신약의 유효성분에 새로운 유효성분을 추가한 복합제를 개발해 해외에 역(逆)수출했다. 이런 점에서 건일제약의 로수메가 연질캡슐의 유럽 허가는 신약 개발 분야의 새로운 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고 이미 보유한 특허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똑똑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건일제약 관계자는 "로수메가 연질캡슐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며 "오메가-3 라는 액체 지질 성분에 친수성인 로수바스타틴 성분을 녹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일제약은 3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세계 최초로 오메가-3 연질캡슐 표면에 로수바스타틴 칼슘을 코팅한 제제 개발에 성공했다. 건일제약 관계자는 "로수메가 연질캡슐은 연질캡슐 다중 코팅 특허 기술(Multi-Layer Capsule Coating Technology)을 활용한 의약품"이라며 "공기 중 수분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등 높은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 로수메가 연질캡슐은 현재 처방되는 오메가-3 단일제인 '오마코®'과 동일한 크기의 제형으로 개발됐다. 복약하기 편하고 순응도(환자가 의사 처방에 맞춰 약물을 복용하는 정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유럽심장학회(ESC)는 '2019 ESC/EAS 가이드라인'에서 중성지방(TG)이 135~499㎎/㎗인 고위험 환자에게 스타틴과 오메가-3 병용을 권고했다. 올해 말로 예정된 '로수메가 연질캡슐'의 유럽 발매는 이 같은 유럽의 가이드라인에 들어맞는 복합제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대한당뇨병학회(KDA)도 스타틴과 오메가-3의 병용을 권고한다.
한편 건일제약은 이번 유럽 허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혁신형제약기업 국제공동연구 지원사업'에 선발됐고 정부 지원을 받아 해외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또 컨설팅 지원 사업을 통해 의약품 개발과 생산의 모든 과정을 까다로운 유럽 품질 기준에 맞췄다. 로수메가 연질캡슐 제조소인 건일제약 천안 공장은 지난해 5월 EU-GMP(유럽 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인증을 받았다. 건일제약은 올 하반기부터 이탈리아 현지에 로수메가 연질캡슐을 공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