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ady to drink until next morning(내일 아침까지 마실 준비가 됐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에 이어 국제장편영화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에 오른 뒤 밝힌 수상 소감이다. 봉 감독은 잠시후 감독상까지 거머쥐며 3관왕을 확보한 뒤에도 이 말을 되풀이 했다. 기생충은 시상식 마지막에 호명된 작품상까지 받으며 4관왕에 올랐다.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9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인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을 차례로 받아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봉 감독은 국제영화상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한국어로 "이 상의 이름이 바뀐 뒤 첫번째 수상자가 되어 의미가 깊다"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이어 송강호와 이선균 등 출연 배우들과 편집감독, 미술팀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기생충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 장편 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한진원 작가는 아시아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기생충의 국제영화상 수상을 일찍이 점쳤다. 할리우드 전문가와 이용자 의견을 모아 시상식을 예측하는 사이트 골드더비(GoldDerby)가 조사한 결과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을 수상할 것이란 의견이 24.6%로 가장 많았다.
1955년 첫선을 보인 외국어영화상은 올해부터 국제장편영화(International Feature Film)상'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외국'이라는 단어가 글로벌 영화 제작 환경에서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름을 바꾼 첫 해에 수상해 기쁘다"며 ‘개명’에 담긴 철학에 지지를 표명했다.
지난 50여년 간 아시아 작품이 수상한 건 기생충을 포함해 다섯 번 뿐이다. 대만 영화 ‘와호장룡'이 2001년 아시아 영화로서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후 2009년 일본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굿바이', 이란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2012년 이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2017년 세일즈맨으로 두번 받았다.
외국어영화상은 감독상과 함께 비(非)영어권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가 오스카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상 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는 작품상 수상이 점쳐졌지만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