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아카데미상에 첫 발을 디딘지 57년 만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기생충'은 주요 부문에서 강력한 수상작으로 거론돼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9일(현지시간) 오후 5시 캘리포니아주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된다. 한국 시간으로는 10일 오전 10시부터 TV조선을 통해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안현모 통역사의 진행으로 생중계 된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매년 주최하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은 1927년 처음으로 AMPAS가 설립됐고, 1929년 제1회 시상식을 시작했다. 지난 한 해 미국 LA에서 일주일 이상 개봉작을 대상으로, 9천 명이 넘는 회원들이 직접 투표해 수상작을 결정한다.
한국인 회원은 임권택,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임순례,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 하정우, 배두나 등 약 40명이다. 세계에서 한국 영화 위상이 높아지면서 회원수도 늘어났다.
한국 영화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기 위해 반세기 넘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1963년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처음으로 출품했다. 이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0),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2),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6),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2012), 이준익 감독의 '사도'(2015),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2017) 등이 그 뒤를 이었지만, 아카데미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국제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랐지만, 5편을 뽑는 최종 후보에는 들지 못했다. 지금까지 '버닝'의 예비후보가 한국 영화의 최고 성과였지만, 단 1년 만에 '기생충'이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 영화가 오스카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카데미 회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치열한 마케팅과 홍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지난해 10월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은 '오스카 레이스'에 돌입했다.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등은 미국 현지에 머물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또한,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최우식, 박소담 등이 국내 일정이 마무리되면 미국으로 건너가 '오스카 레이스'에 합류하면서 힘을 보탰다.
이처럼 '기생충'의 아카데미 최종 후보 지명은 4개월이 넘는 '오스카 레이스' 끝에 이뤄졌다. 한국 영화사 57년 만의 쾌거이자, '기생충'의 모든 행보가 최초의 기록인 셈이다.
만약 기대했던 트로피를 수상하지 못한다고 해도,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분명 유의미한 결과를 남겼다.
한편, '기생충'은 작품상(Best Picture 봉준호·곽신애), 감독상(Directing 봉준호), 각본상(Original Screenplay 봉준호·한진원), 국제영화상(International Feature Film), 미술상(Production Design 이하준), 편집상(Film Editing 양진모)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올해 아카데미에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도 단편 다큐멘터리 후보에 올랐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본상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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