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31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사옥에서 열린 통합 14주년 기념식에서 한투증권 임직원들이 정일문 사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 이날 기념식은 로비에 새로 설치한 360도 초대형 LED 전광판 점등을 기념해 스탠딩 형식으로 진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내외 불확실성과 주식시장 부진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당기순이익은 709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2%나 증가해 국내 증권사를 통틀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매출액(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27.2% 증가한 10조2200억원, 영업이익은 34.3% 증가한 8653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은 위탁 매매와 자산 관리, 투자은행(IB), 자산운용 등 전 부문에 걸쳐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14.3%로, 대형 증권사 중 압도적인 1위였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이익을 벌었는지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한투증권은 5조원을 넘는 자기자본에도 ROE가 중소형사를 앞지르는 고효율의 이익 창출 역량을 증명했다. 평균 ROE가 10% 수준인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비교해도 우위를 나타냈다. 한투증권은 올해 중점 추진전략으로 '지속 성장 가능한 시스템 구축, 미래 변화 대비, 건전한 기업 문화 정착' 등을 제시하고 경영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혁신 본격화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과 11월 한투증권의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통한 금융투자상품권 거래 서비스'와 '해외주식 소수 단위 투자 서비스'를 혁신금융 서비스에 선정했다. 혁신금융 서비스는 IT 기술의 접목, 이종(異種)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차별성과 시장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 금융 서비스를 뜻하는 것으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인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따라 금융위 혁신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지정된다. 혁신금융 서비스에 선정되면 인허가와 영업행위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정 기간 해당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특례가 주어진다.

한투증권은 올 상반기 중에 혁신금융 서비스를 모두 선보일 계획이다. 먼저 금융투자 상품권 거래 서비스가 출시되면 카카오톡 등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쉽게 금융 상품권을 선물할 수 있다. 받은 상품권을 한국투자증권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한 뒤 이 돈으로 발행어음이나 ELS(주가연계증권) 등 금융 상품을 골라 투자하면 된다. 한국투자증권과 거래가 없던 사람도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계좌를 개설해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해외 주식을 0.01주 등 소수점 단위로 쪼개 매매할 수 있는 해외 주식 소수 단위 투자 서비스도 올 상반기 중 출시된다. 국내 투자자가 선호하는 아마존이나 테슬라 등 해외 주식은 주당 가격이 높아 20·30대 젊은 층이 1주를 매수하기에도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해외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쪼개 사고팔 수 있도록 해 소액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업무 전반의 디지털화 및 최적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영업 직원들이 고객을 방문해 상담과 계좌 개설, 상품 판매를 한자리에서 할 수 있는 태블릿 PC 기반 아웃도어세일즈 시스템 '데이트(DATE)'가 대표적이다. 한투증권은 앞으로도 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찾아가는 서비스로 고객 편의성을 더욱 극대화하고 디지털 자산관리를 선도해나갈 계획이다. 또 경영기획총괄 직속의 '업무혁신추진부'를 통해 IT 인프라와 업무 프로세스를 보다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본격적인 디지털 사업을 위해 DT 본부를 신설했다. 중장기적 수익원을 창출하고 챗봇과 로보어드바이저 등 디지털 기반 신사업 기획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베트남·인니 등 해외 진출도 박차

한투증권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도 주력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투증권이 2010년 베트남 내 70위권 증권사였던 EPS증권을 인수해 출범한 KIS베트남은 지난해 자기자본 기준 베트남 7위 증권사로 도약했다.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으로 신용공여 한도가 늘어나 주식중개영업(브로커리지)을 확장할 수 있게 됐고, 최근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사업 확대 추세에 맞춰 기업공개(IPO), 기업합병(M&A) 등 투자은행 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2018년 7월에는 외국계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하노이 증권거래소로부터 베트남 파생상품(선물)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파생상품(선물) 시장에 진출하는 등 신사업 경쟁력 확보를 통해 종합 증권사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베트남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투증권은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도 KIS인도네시아를 설립해 조기 사업 안착에 힘쓰고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한국형 선진 주식 매매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해 리테일 영업체계를 완벽하게 구축했고, 주식·채권 영업조직 인프라와 리서치 조직 재정비 등 기관 영업 기반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지난해 7월에는 현지 법인 운용사도 설립했다. 신상품 개발 협력부터 펀드 판매 수익 공유, 기관투자자 마케팅까지 KIS 인도네시아와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채권과 주식 중개 인프라를 더욱 확장하고 인수 업무까지 확대해 5년 내 인도네시아 톱5 증권사가 되는 게 목표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경쟁 상대는 국내 증권사가 아니라 글로벌 IB'라는 목표로 아시아 최고 금융회사 도약을 위한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