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외모로만 주목받아서 너무 부담됐어요. 사방에서 인터뷰 요청이 몰렸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실력으로 인정받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5일 2019~2020 코리아컬링리그 결승행을 확정 지은 뒤 만난 송유진(21)은 마음의 짐을 던 듯 환하게 웃었다. 경북체육회 소속인 송유진은 전재익(22)과 함께 믹스더블(혼성 2인조)에 출전해 7승1패(승점 26)를 기록했다. 현 국가대표인 장혜지-성유진(경북체육회) 등 총 5개 팀이 참가한 이 부문 대회에서 예선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둘은 이번 대회가 케이블채널로 중계되면서 여느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를 얻었다. 처음엔 송유진의 외모가 화제였다. 여자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조이, 배우 한효주를 닮은 외모 덕분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초 유튜브에 올라온 '송유진 "굿 샷 좀 해주면 안 돼요?"'란 동영상은 6일 기준 조회 수 200만회를 넘었다. 인터뷰나 활약 영상 조회 수는 평균 약 50만.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의 주요 경기 장면 조회 수가 15만~20만회 정도임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다.
◇호흡 맞춘 지 1년 만에 환상 케미
"유진이 덕분에 저보고 '최고 근무 환경'이라네요. 한 팬은 '마님과 돌쇠'라고 놀리는데, '미녀와 야수'라고 안 한 게 다행이죠. 그래도 무관심보다 별명 달아주시는 팬들 있으니 행복해요."(전재익)
전재익의 컬링 경력은 5년. 7년 차인 동생 송유진보다 더 늦게 컬링을 시작했다. 전재익은 의성에서 마늘·고추 농사짓는 아버지가 안동 경안고로 전학을 보냈는데, 컬링을 하고 싶어 매일 방과 후 기차를 타고 경기장이 있는 의성을 왔다 갔다 했다고 한다.
송유진은 청주 송절중 2학년 때인 2013년 컬링과 인연을 맺었다. 청주 봉명고에선 여자 팀(4인조)을 하다가 경북체육회에 훈련생으로 입단했다. 송유진은 작년 1월 믹스더블로 전향하면서 역시 훈련생으로 출발한 전재익과 호흡을 맞췄다.
"처음엔 오빠(전재익)의 경상도 사투리를 알아듣기도 힘들었어요. 사실 우리 둘 스타일은 완전 극과 극이에요. 오빠는 멜로 영화 보면서 우는데 전 담담해요. 오빠는 할 말 꾹 참는데, 전 돌직구 날리는 스타일이죠."(송유진)
전재익이 쫄면, 김밥을 좋아하는 송유진 식성에 맞춰 항상 밥을 함께 먹으면서 어느새 속마음을 터놓고, 눈만 마주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가 됐다. 전재익은 "네티즌들이 유진이 말만 잘 들으면 된다고 해 아바타처럼 잘 따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태백곰기 전국대회에 이어 코리아리그마저 정상에 올라 명실상부한 일인자가 됐다.
◇"올림픽 메달이 꿈"
대회 초반 송유진 인기를 신기하게 보던 전재익도 이젠 파트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스위핑(빗질)하는 모습이 갓 태어난 송아지 걸음마와 비슷하다고 '송아지'란 별명도 생겼다. 경기 내내 자주 웃어서 '미소 천사'라고도 불린다. 전재익은 "서로 항상 즐겁게 하자고 얘기한다. 유진이와 재미있게 컬링하다 보니 성적도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에게 올해 목표를 묻자 '태극마크'란 답이 동시에 나왔다. 송유진은 "둘 다 주니어 대표팀도 해본 적 없다. 4월 예정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생애 첫 태극마크를 꼭 달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이다. 한국 믹스더블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2승 5패로 공동 6위에 머무르며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수염이 많이 난다는 전재익은 "올림픽 메달을 따면 손흥민 선수처럼 면도기 광고도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