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전문 레이블 시대가 열렸다.
대표적인 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레이블로 합류한 쏘스뮤직이다. 지난해 빅히트에 가세한 쏘스뮤직은 그룹 '여자친구'를 매니지먼트하는 회사다. 과거 빅히트와 협업을 통해 걸그룹을 선보이기도 했다.
쏘스뮤직 소성진 대표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 '2020년 상반기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에서 빅히트의 민희진 CBO(브랜드 총괄·Chief Brand Officer)와의 합작 프로젝트 '플러스 글로벌 오디션'의 성과를 소개하며 2021년 데뷔할 걸그룹이 구성됐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 이사를 지낸 민 CBO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앨범 비주얼 스태프로는 이례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마니아 층도 보유하고 있다.
2002년 SM에 입사한 민 이사는 2017년 3월 등기 이사로 선임되는 K팝 산업에서 '우먼파워'를 뽐냈다. 특히 '비주얼 디렉팅'과 '콘셉트'라는 키워드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걸그룹의 정석'이라 통하는 '소녀시대'의 콘셉트 기획을 시작으로, f(x), 레드벨벳 등에 독특한 시각적 이미지를 부여했다. '샤이니'를 통해 '컨셉티브'라는 개념, '엑소'의 심벌과 세계관 구현 프로젝트도 주도했다.
소 대표와 민 CBO는 지난해 말 쏘스뮤직과 2021년 데뷔를 목표로 신인 걸그룹 멤버를 선발하는 '플러스 글로벌 오디션'을 열었다.
여자친구를 통해 새로운 콘셉트와 세계관을 갖춘 여자친구를 선보인 쏘스뮤직과 그간 K팝 신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걸그룹의 표준을 선보여온 민 CBO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를 모은다.
기존 빅히트는 이미 주축팀인 방탄소년단이 색깔이 강하게 묻어 있다. 새로운 레이블을 통해 걸그룹을 선보이는 것은 신선함을 꾀하는 동시에 '빅히트 레이블'의 전체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시도로 보인다.
소 대표는 지난 3일 새 앨범을 발표한 여자친구의 활동 계획을 설명하며 빅히트와의 시너지를 통해 '걸그룹 1등 레이블'로 성장할 것임을 강조했다.
빅히트뿐 아니다. 4일 데뷔 싱글을 발표한 그룹 '시그니처(cignature)'는 가수 윤하와 이석훈, 그룹 '씨아이엑스' 등이 소속된 C9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설립한 걸그룹 전문 레이블 J9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팀이다.
5일 새 미니앨범 '해시'(#)를 내놓고 타이틀곡 '쏘왓(So What)'으로 활동하는 그룹 '이달의 소녀'(LOONA)는 그룹 '레이디스 코드'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소속이다.
그룹 '주얼리'와 '나인뮤지스' '제국의아이들'을 키운 스타제국은 작년 10월 새 레이블 '라이징스타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신인 걸그룹 '아리아즈'를 론칭했다.
강력한 특정 팬덤이 구축되는 보이그룹과 달리 걸그룹은 좀 더 타킷층이 다양화될 수밖에 없다. 걸그룹의 주 팬층이 되는 10~30대 남성은 문화를 소비하는데 적극적인 편이 아니다.
가요 기획사가 기존 플랫폼 대신 걸그룹 전문 레이블을 통해 걸그룹을 성장시키고 알리는데 다양한 통로를 만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해야 하는 이유다.
대표적 한류 걸그룹 '트와이스'는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전담 레이블을 꾸려 매니지먼트한 팀은 아니지만 JYP 박진영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CCO)가 '단 하나의 아티스트를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어 성공시킨 대표 주자다.
앞서 박진영은 지난 2018년 성내동 신사옥으로 옮기면서 트와이스 성공을 계기로 회사 안에 4개의 작은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면서 레이블 체제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달의소녀 같은 경우는 블록베리 크리에이티브가 2018년 8월 데뷔 하기 1년여 전부터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자신들의 세계관인 '루나버스'(LOONAVERSE)를 알려왔다.
이런 노력은 K팝계 거물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프로듀서가 이달의소녀 이번 앨범 '#' 프로듀싱에 참여한 결과물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 프로듀서가 SM 이외의 가수 프로듀싱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달의 소녀가 SM 소속 그룹 'NCT 127'의 '체리밤'을 커버한 이 팀을 눈여겨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걸그룹에 집중하는 블록베리의 레이블 전략이 빛을 발한 경우다.
신인 걸그룹 론칭을 준비 중인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마니아 팬층을 형성하면 탄력이 비교적 쉽게 붙는 보이그룹과 달리 걸그룹을 제작하고 성공시키는데 다양한 변수와 요인이 작용한다"면서 "걸그룹 레이블 설립은 그런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