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각)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 주최로 열린 '2020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영화산업의 '전반적인 인종차별'(systemic racism)을 지적했다.
3일 BBC 방송, 메일 온라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화 '조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호아킨 피닉스는 수상 소감에서 연기상 후보들이 전부 백인으로만 채워진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영국 아카데미의 다양성 논란은 지난달 후보 발표 때부터 시작됐다.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 등 좋은 연기를 펼친 유색인 연기자들이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호아킨 피닉스는 "오늘 밤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매우 영광이다. BAFTA는 그동안 내 경력에 매우 도움을 주는 존재였고 이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나는 갈등을 겪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자격이 있는 수많은 동료 배우들이 이같은 영광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내 생각에 유색인은 여기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 이것이 우리가 매체와 산업에 크게 공헌한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누가 동냥이나 특혜를 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인정받고 평가받고 존중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가진 힘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한 만큼 자신 역시 이같은 문제의 일부분이라며, "'전반적인 인종차별'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아킨 피닉스는 수상 소감 발표 후 동료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BAFTA 회장 자격으로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 윌리엄 왕세자 역시 영국 아카데미의 다양성 부족에 대해 지적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2020년 우리는 이 분야와 시상 절차에 있어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를 다시 하고 있다. 이러한 얘기는 처음도 아니다"라며 "지금 시대에 이는 옳지 않으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업계 종사자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호아킨 피닉스를 지지하고 나섰다. 흑인 여성 배우인 비올라 데이비스는 트위터에 호아킨 피닉스의 "정직과 연대, 용기"에 감사를 표했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의 작가인 라토야 모건 역시 "이것이 바로 당신이 시간과 연단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호아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이번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