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와 중동 일대에서 엄청난 속도로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메뚜기 떼가 창궐하면서 심각한 식량 수급난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케냐 내륙의 한 마을 들판에 수많은 메뚜기가 날아다니고 있다.

소말리아 정부는 2일(현지 시각) 메뚜기 떼가 기승을 부려 사람과 가축을 위한 식량이 모자라게 됐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소말리아뿐 아니라 작년 12월부터 케냐, 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에서 메뚜기 떼가 막대한 양의 작물과 사료를 먹어치우고 있다. 메뚜기 떼는 이미 홍해를 건너 이란과 파키스탄까지 강타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도 지난달 31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메뚜기 떼 퇴치에 나서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메뚜기 떼 출현은 최근 25년 사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의 메뚜기 떼는 '사막 메뚜기(desert locust)'라는 종이다. 1㎢ 넓이에 최대 8000만 마리가 뭉쳐서 날아다니며, 이 정도 무리의 메뚜기 떼는 하루에 3만5000명분의 식량을 먹어치울 수 있다. 마리당 몸무게는 2g에 불과하지만, 매일 자기 몸무게만큼의 곡식을 먹는 왕성한 식욕을 갖고 있다. 잡식성으로 쌀·보리는 물론이고 옥수수·목화·바나나·나뭇잎 등 식물·과일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들판이 황폐화된다.

전문가들은 올겨울 동아프리카에 예년보다 훨씬 고온다습한 이상 기후가 나타나면서 메뚜기 떼가 번식하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막 메뚜기는 3~6개월가량 살기 때문에 한 해 동안 많으면 4세대에 걸친 번식이 이뤄지는데, 한 세대가 넘어갈 때마다 10~16배가량 숫자가 불어난다. FAO는 오는 6월까지 메뚜기 떼 규모가 500배 수준으로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막 메뚜기 떼는 바람을 타면 하루 150㎞ 이동도 가능해 확산 속도도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