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위기 속에 정부 말을 믿고 따라도 될지 의심케 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2일 문재인 대통령은 감염 전문가들을 불러 2시간가량 방역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정세균 총리는 6개 부처 회의를 갖고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의 입국 금지 등 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30분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선제적이고 과감한 방역 대책"을 설명했고, 정부 부처 공동 보도자료도 배포됐다. 일요일에 대통령과 총리, 장관은 물론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총출동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날 발표된 주요 방역 대책이 바로 그날 밤 두 번 뒤집혔다. 중국인에 대한 관광 목적의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할 계획'이라던 발표 내용은 2시간도 안 돼 '검토할 예정'으로 물러섰다. 다시 2시간 뒤엔 '중국 전역의 여행경보를 여행자제에서 철수권고로 상향 발령하고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하겠다'던 내용도 '검토할 예정'으로 뒷걸음쳤다. 정부가 국민 안전과 생활,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불과 몇 시간 만에 뒤집었다. 왜 그랬는지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 발표를 들은 중국 정부가 항의해 우리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미국·유럽 등의 중국 여행금지 조치에 대해 반발했고 신임 주한 중국 대사도 같은 내용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가 중국 측 압력을 받고 몇 시간 만에 발표를 뒤집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입국하는 중국인 수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다. 곧 중국 유학생 수만 명이 입국한다. 이로 인해 우한 폐렴이 확산하면 누가 책임질 건가. 세계에 이런 식으로 주권을 포기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일이 벌써 몇 번인지 모른다. 보건복지부는 우한 교민을 귀국시킬 때 고열 등 유증상자까지 전세기에 태울 것인지 등 탑승 기준을 놓고 장·차관이 다른 말을 하더니 교민 수용 시설도 천안에서 아산·진천으로 바꿔 논란을 자초했다. 교육부는 일부 교육청이 초·중·고 개학을 연기하려 하자 "안 된다"고 제동을 걸더니 며칠 만에 "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무증상자 감염'이 없다고 하더니 감염자 입국 제한 필요성이 제기되자 하루아침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이런 정부를 믿고 따라도 되는지 국민 의심도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