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은 31일 법원장급 등 고위 법관 정기 인사를 하면서 민중기〈사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유임시켰다. 이로써 2018년 임명된 민 원장은 3년째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을 이끌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유임된 것은 전례가 없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울산 지방선거 개입 사건' 등 청와대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건 재판을 의식해 믿을 만한 민 원장을 유임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코드 유임"이란 비판이 나왔다. 민 원장은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냈던 진보적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민 원장 취임 이후인 2018년 11월 중앙지법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에 대비한다면서 형사재판부 세 개를 새로 만들었다. 같은 해 8월엔 세 명이던 영장 전담 판사를 한 명 더 증원하면서 검사 출신 명재권 부장판사를 추가로 배치했다. 명 부장판사는 작년 10월 영장 실질 심사를 포기한 조국 전 장관 동생 조권씨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전담 부장판사 출신의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김 대법원장이 사상 유례없이 3년째 중앙지법원장을 유임시킨 것은 민 법원장이 청와대 입맛에 맞게 중앙지법 법관들의 사무 분담을 정하고 중요 사건을 작위적으로 배당해 왔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조국 사건'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도 중앙지법에 기소돼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개별 법관에 대한 인사 사유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의 한 관계자는 "유임된 민 법원장이 후속 인사에서 근무 연한(3년)이 찬 중요 사건 재판장을 선별적으로 '잔류'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 재판을 맡은 송인권 부장판사도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신임 대전고법원장에는 김광태 서울고법 부장판사, 광주고법원장에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 특허법원장에 이승영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서울행정법원장에는 배기열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서부지법원장에 배광국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에 허부열 서울고법 부장판사, 춘천지법원장에 성지용 서울고법 부장판사, 청주지법원장에 이승훈 춘천지법원장, 전주지법원장에 이재영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각각 임명됐다. 지난해부터 판사들이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실시된 서울동부지법원장과 대전지법원장에는 각각 윤태식 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와 최병준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