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종편 새 역사를 썼다. 지난달 30일 밤 10시 방송한 '미스터트롯'의 평균 가구 시청률이 25.7%(닐슨코리아·유료 방송·전국)로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드라마·예능·시사 등 모든 장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레TV 실시간 시청률은 최고 42.2%까지 치솟았다.
'새 역사'를 이끈 건 '1대1 데스매치'를 최고의 버라이어티쇼로 보여준 출연자들이었다. 밤 11시 55분, TV 앞에 앉아 있던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고 쓰러졌다. 뮤지컬 배우 출신 참가자 신인선이 몸에 착 달라붙는 파란색 쫄쫄이 에어로빅 유니폼에 머리띠를 두르고 나와 '사랑의 재개발'을 열창하는 순간이었다. 귀를 뻥 뚫는 듯한 목청, 코믹한 표정, 빠른 리듬에 맞춘 에어로빅 율동도 감탄을 자아냈지만, 절정은 아마추어 에어로빅 부대가 무대에 등장할 때였다. 실제로 한 지역 체육 센터에 다니는 '어머님 회원'들과 안무를 짰다. 종아리 털까지 깨끗이 밀고 에어로빅을 감행한 신인선은 중년 여성들과 복고풍 무대를 코믹하고도 박력 있게 연출해 심사위원 몰표를 받았다. 닐슨코리아가 분(分) 단위로 집계한 분당 시청률도 이 순간 27.1%까지 치솟았다.
경남 하동 출신 초등학생 가수 정동원(13)과 마산 출신 고교생 남승민(18)이 나훈아의 '명곡'으로 격돌한 순간에도 시청률은 폭발했다. 남승민이 나훈아의 '사모'를 소년답지 않은 깊이와 구수한 가창력으로 불러 심사위원들 입을 딱 벌어지게 했을 때만 해도 그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정동원이 '사랑은 눈물의 씨앗' 한 소절을 색소폰으로 그윽하게 불어 젖히자 경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곡 해석이나 가창력도 남승민 못지않았다.
'사랑이 뭐냐'는 질문에 아직 초등학생인 정동원이 "눈물이 나오게 하니 안 좋은 것"이라고 엉뚱한 답을 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10대1로 정동원 손을 들어줬다. 예선전부터 붙어 다니며 우정을 나눈 '형아' 승민을 이긴 뒤, 동원이 "내가 형 몫까지 잘할게"라며 울먹이자 심사위원들도 눈물을 글썽였다. 순간 분당 시청률이 27.5%로 최고점을 찍었다.
류지광과 임영웅의 대결도 뜨거운 관심사였다. '동굴 저음'의 류지광이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로 여심(女心)을 대놓고 공략했다. 이에 맞선 정통 트로트의 강자 임영웅은 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야'로 정면 대결을 펼쳐 마스터석과 관중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팽팽한 기세에 심사위원들은 승자를 꼽기가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다. 이 대결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역시 분당 시청률 27%를 돌파했다.
2시간 30분 방송이 끝난 뒤에도 시청자들의 열광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임영웅이 노래하는 장면을 담은 공식 영상은 방송 직후부터 조회 수가 오르기 시작해 10시간 만에 42만4000을 기록했고, 정동원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도 조회 수 44만6000을 돌파했다.
포털 사이트 기사들에는 댓글이 수천 건 달렸다. "요즘 불안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두 시간 동안 집중하고 울고 웃어 좋았다" "임영웅이 임영웅 했다" "미스터트롯 시청률 30% 가자!" "장민호 대 김호중이라니!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려!" 등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진행자 김성주가 임영웅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이자 "김성주 표정=TV 보던 내 표정"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베플'(베스트 리플)에 오르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는 방송 시작과 함께 '미스터트롯'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남승민·정동원의 대결에서 마스터 진성이 "두 친구 다 그냥 고향으로 보내긴 아쉽다"고 하자, 실시간 검색어에 '미스터트롯 남승민 고향'이라는 키워드가 올라와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남승민은 이 화면을 받아 본인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했다. 방송 말미에 맛보기로 짧게 나온 김호중과 장민호의 마지막 대결은 엄청난 '원성'을 불렀다. 예선 진을 받았던 성악가 출신 김호중의 '무정 블루스'가 한 소절만 나가자 "한 소절 부르고 다음 주라니 실화냐" "한 소절만 일주일 들을 듯" 같은 반응과 관심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