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몰고 와서 주차하는 게 훨씬 싸잖아요."

토요일인 지난 11일 오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남쪽으로 400여m 떨어진 장기 주차장. 선뜻 주차할 곳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눈에 들어온 것은 흰색으로 그려진 주차 공간 바깥, 이면 도로를 점령한 차들이었다. 빈 곳을 찾기 위해 한번 지나쳤던 길을 두세 차례 다시 되돌아와야 했다. 운전자들은 주차 차량이 점령해버린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녔다. 약 5분간 헤매다 막 공항을 떠나는 차량 덕에 겨우 주차할 곳을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A씨에게 왜 버스나 지하철을 선택하지 않았느냐 물었다. 대답은 명쾌했다. "공항에 차를 몰고 와 주차하면 편하다는 점 외에도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A씨 가족·친지 17명은 닷새 전 80여㎞ 떨어진 서울 중랑구 등지에서 자가용을 몰고 이곳 인천공항으로 왔다. 동남아 여행이었다. 17명이 버스를 타고 공항을 오고 갈 경우에는 버스비만 약 48만원(1인당 왕복 2만8000원). 반면 4대의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고속도로 톨게이트 왕복 요금(1만3200원)에 하루 9000원인 장기 주차장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이를 합치면 약 23만원이다. 여기에 4대의 차량에 드는 주유 비용까지 모두 합하면 30만원 중반이다. 훨씬 더 쾌적한 이동이었음은 물론이다. 물론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으로 직행하는 공항철도(편도 8000원)는 버스보다는 저렴하다. 다만 역으로 오고 가는 데 다소 불편해 이용 정도가 떨어진다.

A씨와 같은 해외여행객이 많아지면서, 인천공항 주차장은 주말이면 늘 만원이다. 공항이 문을 연 2001년에는 차량 4500대 규모였던 주차장(1터미널 장기)은 현재 1만1000대나 수용할 수 있도록 커졌다. 2014년만 해도 연간 최대 주차 면수를 초과한 날은 13일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86일이었다.

토요일인 지난 11일 승용차들이 점령한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장기주차장. 이날 1만 대가 넘는 차량이 주차장을 메웠다.

3만평(10만㎡) 늘려도, 모자란다

지난 2001년 개장한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는 단기와 장기 두 종류의 주차장이 있다. 단기 주차장은 공항 지하 등 내부에 있어 이용하기 편하다. 하지만 하루 이용료가 2만4000원으로 그만큼 비싸고, 최대 4700여 대만 주차가 가능하다.

반면 장기 주차장은 하루 주차 금액이 9000원이다. 공항 외곽 넓은 야외에 자리 잡고 있어 단기 주차장보다 싸다. 이 때문에 외국에 나갔다가 며칠간 머물다가 돌아오는 이용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장기 주차장(일반 승용차 이용)은 2001년 개장 당시 면적이 34만5000㎡(약 10만평)로 차량 45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었다. 2015년에는 4층짜리 주차타워 2대가 추가로 설치됐다. 타워 1대당 최대 1400여 대 주차가 가능하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탑을 쌓아 올린 셈이다. 그래도 역부족. 인천공항공사는 2018년 노선버스와 택시들이 잠시 대기하는 정차장(停車場)까지 축소해 500여 대의 주차면을 확보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대 주차 가능 차량 대수가 2008년 6200여 대에서 2014년에는 8400여 대, 2015년에는 1만여 대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인천공항 1터미널 장기주차장은 43만㎡(약 13만평) 부지에 1만1000여 대를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장기주차장에 주차하는 차량 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연평균 하루 주차 대수는 2014년 5170대에서 작년에는 1만88대로 늘었다. 특히 공휴일이 겹친 주말이나 설·추석 때는 몸살을 앓는다. 지난해 3·1절 연휴에는 1만1000대 수용 가능 주차장에 1만3400여대가 주차했고, 9월 12일부터 15일 사이에 있었던 추석 연휴에도 1만2900여 대가 주차장에 있었다. 오는 24일부터 나흘간 이어지는 설 연휴에는 최대 약 1만4000대가 몰려올 것으로 인천공항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대비해 공항 외곽에 있는 야외 녹지 공간 등지에 약 3000대가 주차할 수 있는 임시 주차장을 마련해 운영한다.

①이면도로 일부도 차량으로 점령됐고, ②외곽 녹지에 마련된 임시주차장에도 자동차가 가득하다.

저가항공(LCC) 바람 타는 청주공항 주차장

이처럼 인천공항 주차장 이용객이 급증하는 데는 저가항공(LCC)을 이용한 해외여행객이 많아진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 2017년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개장돼 1터미널의 대한항공과 일부 항공사가 이전했지만, 그 빈자리를 저가항공사가 채웠다. 2015년 782만여 명이었던 저가항공사 승객 수(1터미널 이용)는 2017년 1730만명, 지난해에는 2180만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저가항공사 이용객 가운데는 3박 4일처럼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많은데, 주차장 이용 기간도 짧아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도 적다 보니 주차장 이용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청주공항 주차장 이용객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서 떠나는 것보다 항공권이 평균적으로 쌀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의 거리도 크게 멀지 않아 유리하기 때문이다.

청주공항은 개항 첫해(1997년)에는 이용객이 36만여 명에 불과했다. 이후 저가항공사 취항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승객은 300만명(301만여 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성수기에 청주공항을 출발해 중국 베이징, 대만, 베트남 다낭 등 해외로 떠나는 국내외 항공편은 하루 8편이고, 제주행 국내 항공편도 하루 20여 편에 이른다. 특히 항공권 가격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보다 40~50%가량 저렴한 경우도 있다. 또 서울 강남 지역에서 청주공항까지는 자가용으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어 1시간가량 걸리는 인천공항과 큰 차이가 없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때 '최고의 가성비'인 셈이다.

청주공항을 이용해 나흘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4인 가족이 서울 강남(코엑스 터미널)을 출발해 버스로 청주공항을 왕복할 경우 총요금은 7만3600원(편도 9200원). 만약 자가용을 이용하면 유류비(왕복 240㎞·약 3만원)와 고속도로 요금(약 1만1000원), 주차장 이용요금(1일 6000원·2주차장 기준) 등을 고려해도 7만원이 안 된다.

이렇다 보니 청주공항 주차장 이용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총 44만여 대가 들어왔던 청주공항 주차장은 지난해 60만여 대를 기록했다. 청주공항은 작년 1월 3층짜리 주차타워를 설치해 총 주차 면수를 2280면에서 3370면으로 늘렸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보다 시간이 다소 더 걸릴지는 몰라도 총비용을 고려하면 훨씬 낫기 때문에 청주공항 이용객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장으로 연간 800억원 버는 인천공항

주차장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인천공항이 주차장 운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5년 497억원이었던 수입은 2017년에는 642억원, 2018년에는 759억원, 작년에는 791억원으로 커졌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공항이 주차장을 운영해서 많은 수익을 낸다는 게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차장 관리 인력도 늘려야 하는 처지다. 2015년 272명이었던 주차장 관리요원은 2017년에는 461명, 지난해에는 472명으로 증가했다. 주차요금 징수뿐만 아니라, 주차장 주변 질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시주차장을 운영해야 할 때면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인천공항공사는 "다른 나라 주요 공항과 비교했을 때 인천공항 주차요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했다. 해외 주요 공항과 비교하면 인천공항 주차장의 주차요금은 다소 낮은 편이다.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공항 외곽 장기주차장을 기준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공항은 하루 4만5000원, 홍콩 첵랍콕공항은 2만2000원으로 인천공항보다 비싸다. 유럽의 네덜란드 스히폴공항(2만9000원), 영국의 히스로공항(3만3000원),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3만2000원)도 인천공항보다는 2만~3만원 요금이 높다. 유경선 인천공항 교통서비스팀장은 "특히 성수기·연휴기간에는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당부했다.

설엔 만차 여부 미리 확인해야… 특정카드 이용하면 무료 발레파킹도

인천공항 주차장 이용팁

인천공항은 일부 이용객에게 주차장 요금을 깎아준다.

배기량이 1000cc 이하인 경차는 요금 50%를 감면받는다. 한국환경공단 등에서 확인된 ‘저공해 차량’도 20~50% 요금이 할인된다. 장애인이나 국가 유공자, 다자녀우대카드를 소지한 가구중 부모명의 차량(지자체에서 인정한 발급 카드나 차량등록증으로 증명)의 주차 요금은 50% 저렴하다. 이 밖에 삼성카드(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그린)가 장·단기 주차장 요금 1만원 이상 결제할 경우 5000원 깎아주는(월 1회) 등 일부 신용카드는 자체적으로 인천공항 주차장 요금을 할인해준다.

출발 시각에 쫓겨 주차 공간을 찾을 여유가 없다면, 인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발레 서비스(공식 주차 대행)를 이용하면 된다. 제1 터미널은 단기 주차장 지하 1층 A구역, 제2 터미널은 교통센터 지하 1층 서편에서 접수한다. 가격은 2만원으로, 주차장 요금(1일 9000원)은 따로 낸다. 신한·현대·국민·삼성·비씨·마스터 가운데 연회비가 비교적 비싼 일부 카드는 발레비용을 안 받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각종 팻말을 들고 호객 행위를 하는 주차 대행 업체는 모두 불법으로, 각종 안전 도난 사고를 당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이나 추석, 휴가철이나 연휴 등 성수기에는 공항 주차장이 꽉 찰 때가 잦다. 인천공항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등으로 먼저 만차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주차 요금은 나갈 때 유인 계산대에서 정산할 수 있다. 좀 더 편하고 빨리 나가려면 주차장에 설치된 무인 요금 정산기나 모바일 앱(인천공항 가이드 앱)으로 미리 결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