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사립 유치원 '도미노 폐업'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치원 3법은 국가 지원금과 학부모가 내는 비용을 함께 관리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교비를 교육 목적 이외에 쓸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3월부터는 유치원도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이 의무화된다.

문제는 이렇게 관리·감독이 크게 강화된 것에 반발하거나, 운영에 부담을 느끼는 사립 유치원 원장들이 문을 닫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유치원 건물 등 사유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사립 유치원 원장은 "지난 며칠간 문을 닫을 생각이라는 유치원 원장들의 전화를 수십 통 받았다"며 "폐원을 위한 학부모 동의를 받기 어려울 테니 만 3세 반을 없애서 서서히 자동 폐원 절차를 밟겠다는 원장도 많다"고 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사립 유치원 부지와 건물을 사들여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유치원'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 유치원 문제를 이렇게 흔드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교사는 국공립 전환으로 오히려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반발하기도 한다.

◇정부, "사립 유치원 사들이겠다"

16일 교육부는 "올해 전국적으로 사립 유치원 34곳을 매입해 공립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입형 유치원으로 선정되면 기존 사립 유치원은 폐원 절차를 밟고, 국공립 유치원이 신설된다. 그 과정에서 기존 교원들 대신 공립 유치원 교사 등을 새로 채용하고 유치원 원장과 교육 프로그램들도 바뀐다. 사실상 건물만 그대로 쓸 뿐 완전히 새로운 유치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사립 유치원 5곳이 공립으로 전환했다.

교육부가 매입형 유치원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국공립 유치원을 짓기 위한 부지와 건물을 새로 사들이는 것보다 예산이 적게 드는 데다가 시간도 단축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28%였던 국공립 유치원 비중을 2021년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하던 유치원이 국공립으로 바뀌면서 실직하는 사립 유치원 교사 일부는 반발하고 있다. 전국사립유치원교직원 노조는 "(사립 유치원 교사들은) 매입형 유치원 정책으로 거리로 내쫓길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매입형 유치원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학부모 반발로 곳곳 국공립 취소 소동

올해 공립으로 전환할 예정인 서울 노원구 한 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던 학부모는 "통학버스가 없어진다고 해서 유치원을 옮기기로 했다"며 "정부와 유치원들 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잘 모르지만, 왜 아이들이 피해를 보게 되느냐"고 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오는 3월부터 9곳이 매입형 유치원으로 전환되는데 9곳 모두 작년까지 운영하던 통학버스를 폐지키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건비, 운행비 등 추가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공립은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서울 지역 사립 유치원 97%가 통학버스를 운영했지만 국공립은 0.4%(1곳)에 그쳤다.

경기도교육청도 학부모 반발로, 용인 A 유치원을 매입형 유치원으로 최종 선정까지 했다가 결국 취소했다. "맞벌이인데 저녁때 애 맡기기 어려워지면 어떡하느냐"는 등의 항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 학부모 B씨는 "사립 유치원에서는 종일반 신청하면 거의 다 받아주는데, 공립은 자리가 넉넉하지 않아 워킹맘 입장에서 마음 놓고 보내기 힘들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