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이 이공계 '꿈의 강연'으로 통하는 '노벨상 수상자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장학금을 신설한다. 의대(醫大) 지상주의 세태 속에서 기초 학문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1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자연대는 올해 '꿈의 사다리 장학금'과 '운초장학금'이라는 외부 후원 장학금 두 가지를 신설했다. 해마다 각각 15명 내외 학생을 선발해 매달 50만원씩을 지원한다.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다른 장학금을 받고 있어도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서울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주어지던 '선한인재장학금'(월 30만원)을 받는 학생이 이들 장학금에 함께 선발되면 한 달에 80만원씩을 받게 된다.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배려도 담았다.

이 가운데 '꿈의 사다리 장학금' 대상으로 선정된 학생들에게는 졸업을 앞두고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하기 위한 비행기 티켓과 체재비도 지원된다. 노벨상 시상식은 매년 12월 10일 개최된다. 시상식을 2~4일 앞두고 물리학상·경제학상·화학상 등 수상자들이 스톡홀름에 미리 도착해 기념 강연을 하는 것이 노벨상의 전통이다. 자연대 측은 매년 이 시기 장학금을 받는 학생 중 졸업을 앞둔 5~6명과 함께 스웨덴을 방문해 강연에 참석할 계획이다.

장학금 신설 배경은 이공계 학생들이 취직이나 의사·약사 등 전문직을 선호하면서 기초 연구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대 석·박사 통합과정 경쟁률은 공대가 2014년 1.15대1에서 2018년 0.83대1로, 자연대가 1.28대1에서 0.93대1로 하락했다. 기초 연구에 투신(投身)하려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준호 자연대 학장은 "학생들이 생활고 부담에서 벗어나 학부 때부터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이번 장학금을 신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