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여권 주요 인사들의 '설화(舌禍)'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총선 악재" "열린우리당 시절 노인 폄하 발언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설화를 단속해야 할 이해찬 대표가 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15일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16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자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그런 (전문가의) 분석을 전해 들어서 한 말인데, 결과적으로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도 무의식적으로 했다고 말씀을 드렸고, 이번에도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18년에도 "정치권에서 말하는 걸 보면 정상인처럼 비쳐도 정신장애인들이 많다"며 야당을 비판했다가 반나절 만에 사과했었다. 거듭된 해명에도 질문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더 이상 말씀을 안 드리겠다"며 질문을 차단했다. 이 대표는 전날 같은 자리에서 청년들을 향해 "꿈이 없다고 해서 멍하게 살면 안 된다. 꿈은 자꾸 꿀 줄 알아야 한다"며 청년들의 힘을 뺐다.

이 대표는 '여성 비하' 논란도 있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내 딸도 경력 단절이 있었는데 뭘 열심히 안 한다"며 경력 단절을 개인 문제로 치부했다. 과거 "한국 남성들이 (결혼할 때) 베트남 여성들을 선호한다"는 발언도 있었다. 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을 두고 "정치를 매사 정략적으로 할 거면 집에 가서 다른 일 하는 게 낫다"고 했다.

야당들은 16일 이 대표를 맹비난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멍 때리는 소리는 그만하고 정계 은퇴하라"고 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당 대표가 대놓고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는 상황이 통탄스럽기 그지없다"고 했다.

이 대표뿐 아니라 다른 여권 인사들의 설화도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 검토'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위헌적 발상" "사회주의 하자는 거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경기 고양정) 행사에서 항의하는 주민에게 "동네 물 나빠졌네"라고 했다가 "오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을 돌고 있는 의원들은 불만이 많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말실수 한방에 판세가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한데 지도부에서 왜 자꾸 이상한 발언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오만하게 비치면 확 간다"고 했다.

한국당도 '설화'에 가담하고 있다. 박용찬 당 대변인은 15일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는 논평을 하면서 "삐뚤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라고 했다가 '차별 발언 반복'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 부분을 삭제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최근 의정보고회에서 "(경찰이) 주민들 대리운전도 해주고 그래야 하는데 음주 단속이나 하고 이러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국당 첫 인재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던 박찬주 예비역 대장은 "군 인권센터 소장은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한다"고 했었다.

설화는 과거 선거 판세를 흔들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었다. 2004년 총선에서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60~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180석까지 노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 발언으로 정 의장은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했고, 100석도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나라당은 그 반대급부로 121석을 차지했다. 2012년 총선에서는 팟캐스트 '나꼼수' PD인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이 당시 야권의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당에서는 2011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연예인 성형을 거론하며 "요즘 룸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한다. 성형을 너무 많이 하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 선거판을 흔들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