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빈곤 퇴치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장쑤(江蘇)성 정부가 '빈곤 탈출'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약 8000만명을 헤아리는 장쑤성 전체 인구 중 빈곤층은 17명 뿐이라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장쑤성 정부가 전날 성내 빈곤층의 99.99%에 달하는 254만 명이 빈곤 탈피(脫貧)에 성공해 이제 빈곤층은 6가구, 17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4명은 질병으로 인해 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장쑤성 정부의 설명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12년 말 집권 후 시 ‘빈곤 퇴치’를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올해까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에 중국 중앙정부와 각 지역 정부는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빈곤 퇴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난해 빈곤 퇴치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1천261억 위안(약 21조원)에 이르며, 이는 5억6천400여만 명이 거주하는 농촌 지역에 주로 배정됐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빈곤층의 수가 2018년 말 1천660만 명으로 줄었으며, 지난해에는 이 가운데 1천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중국 정부는 주장한다.
하지만 장쑤성 정부의 빈곤 탈피 선언은 온라인상에서 큰 논란을 불어왔다고 SCMP는 전했다. 장쑤성의 경제적 위상으로 볼 때 빈곤 탈피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중국 동부 해안지역에 위치한 장쑤성은 수출 제조업이 발달해 경제 규모가 광둥(廣東)성에 이은 중국 2위다. 지난해 1∼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4% 성장해 7조2천200억 위안(약 1천200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구 8천만명의 장쑤성에 빈곤층이 17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수치의 정확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누리꾼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누리꾼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장쑤성에는 오직 17명의 빈곤층만 있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내가 그 17명 중 한 명이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여부는 알 길이 없지만, 해당 게시물은 웨이보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어서 세계은행에 의해 '중간소득 국가'로 분류되는 중국의 빈곤층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정부는 연간 소득이 6천 위안(약 100만원)을 넘어서면 빈곤층에서 탈피한 것으로 본다. 하루 소득으로 따져 1.9달러(약 2천200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