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 저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봉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말한, "우리는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를 쓴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영화는 인류 보편적인 메시지로 세계인과 공감하는 가장 대중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의 미디어콘텐츠학과 학생들과 영화 '기생충'의 메타포 읽기를 함께했다.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빈부 격차를 그리면서 인간의 가치를 되묻고 있다. 보통 '기생충'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생 계층의 메타포는 '반지하집'이라는 공간과 '냄새'라는 대사 표현이다. '와이파이' '기생충' '수석' 등으로 돈과 권력에 빌붙으려는 욕망을 적나라하게 스토리텔링하고 있다.

나는 불현듯 '거위벌레의 일생'이 떠올랐다. 자연환경 다큐멘터리를 하면서 언젠가 다뤘던 이야기다. 거위벌레는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 참나무류에 서식하는 곤충이다. 뾰족한 주둥이로 나뭇잎을 갉아먹으며 살다가, 가을철이면 나뭇잎에 요람을 만든다. 애벌레가 될 때까지 나뭇잎을 빌려 쓰는 기생 곤충이다. 그런 삶도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기생벌의 애벌레가 나오면 거위벌레 알을 냉큼 먹어 치운다.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먹이사슬이다. 나무는 거위벌레의 알집으로 자식 같은 잎을 내어주고, 잎은 사명을 다하고 흙으로 돌아간다. 낙엽이 된 나뭇잎들은 숲의 거름이 되고, 다시 저마다의 새 생명으로 태어난다.

이 영화는 리얼 다큐 같은 허구다. 할리우드에서 한국영화 '기생충'이 쾌거를 올린 건 "인간의 욕망이 비극을 부르고, 기생의 이면에는 결국 함께 사는 세상이 있다"에 공감한 것이 아닐까. 인간 세상도 자연만 같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