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독보적인 세계 1위였던 홍콩의 물류 경쟁력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자동·무인화, 디지털화 투자에 소홀히 한데다, 지난 6월 초부터 시작해 새해 들어서까지 이어지고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도 홍콩의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SCMP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홍콩의 해운 물동량은 1천680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상하이와 싱가포르, 선전, 광저우 등이 상위권에 포진한 가운데, 홍콩은 8위로 밀려났다.
홍콩은 19세기부터 100년 넘게 중국 남부 지역의 해상 관문 역할을 해왔다. 20세기 말 세계 최대 항만으로 부상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해운 물동량을 자랑하며 1위 항만의 자리를 지켰다. 특히 중국의 개혁개방과 급속한 경제개발이 이뤄졌던 1972년부터 2012년까지 홍콩 항만의 물동량은 무려 18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홍콩의 경쟁 항만이었던 싱가포르는 10배 성장에 그쳤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광둥(廣東)성을 중심으로 중국 남부 지역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홍콩 자본이 생산한 제품의 수출과 원자재 수입을 처리할 무역항으로 홍콩을 지정,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중국 본토 항만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홍콩은 세계 1위 항만의 자리를 빼앗겼다. 중국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광저우(廣州)의 물동량 성장세는 연평균 57%에 달했고, 상하이는 28%, 선전은 20%에 이르렀다. 하지만 같은 기간 홍콩의 물동량 성장세는 고작 연평균 2%에 불과했다.
그 결과 지난 2016년 세계 주요 항만 중 1위 상하이를 비롯해 선전(3위), 닝보·저우산(4위), 광저우(7위), 칭다오(8위), 톈진(10위) 등 무려 7개의 중국 본토 항만이 10위 안에 포진했다.
같은 해 싱가포르는 2위를 차지했고, 홍콩은 5위에 머물렀다.
2017년에는 7위로 주저앉았고, 지난해 1∼11월에는 칭다오에도 밀리면서 8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홍콩 해운물류 경쟁력 추락은 자동·무인화, 디지털화 투자에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칭다오가 아시아 최초로 완전 자동화한 항만으로 탈바꿈하고, 상하이의 신항만도 세계 최대의 완전 자동화 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지만, 홍콩 항만에서 자동화한 터미널은 고작 1개 구역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도 한 몫 거들었다. 홍콩해운협회 관계자는 SCMP 인터뷰에서 "투명한 과세 체계와 법치주의, 개방 경제라는 홍콩 항만산업의 강점도 만만치 않다"며 "항만업계가 대대적인 자동화 투자에 나서고, 홍콩 정부 또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면 해운물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