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일 범여 군소 정당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려 했다가 본회의를 9일로 연기했다. 7~8일 열리는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오늘(6일) 상정해 밀어붙이면 청문회가 엉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마침 한국당도 민생법안을 처리하고 싶어 해 본회의 연기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설 연휴 전까지 '패스트트랙 정국'을 마무리하겠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을 즉각 상정할 방침이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시간 끌기에 매달린다면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의사일정 합의가 여의치 않자 곧장 공조 파트너인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군소 야당들과 본회의 일정 등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총리 청문회 때문에 법안 상정이 연기된 셈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결정엔 한국당의 '한발 후퇴'도 한몫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민생법안에 한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을 모두 철회하고, 9일 본회의에서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선거법·공수처법이 이미 통과된 마당에 민생법안 필리버스터를 고집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4+1'안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법조계와 야권에선 경찰에 자체적인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4+1안을 놓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되는 경찰이 이런 권한을 가지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경찰이 불기소 판단을 내린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실효성 확보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한 인사는 "검찰이 기록만을 가지고 90일 동안 판단해 재수사를 요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를 종결한 이후에야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어 검경 협력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