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동부 지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로 코알라와 캥거루, 주머니쥐 등 유대류 야생동물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대규모 화마에 일부 종의 경우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P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와 호주 현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은 호주 산불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코알라는 털이 까맣게 그을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가 하면 지옥 같은 불길을 피해 달아나는 캥거루의 모습도 포착됐다. 미국의 서핑선수 켈리 슬레이터(Kelly Slater)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어린 캥거루가 타 죽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시했다.
생태학자 존 윈나스키 찰스다윈대 교수는 "남동부 캥거루섬에도 산불이 번져 전체 면적 3분의1이 폐허로 변했다"며 "일부 식물과 종이 완전히 멸종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동물은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한 호주의 대표 동물 코알라다. 동작이 느리고 잘 이동하지 않는 습성 때문인데 뉴사우스웨일스 중북부 해안에서는 전체의 3분의2에 해당하는 8000마리 이상이 지난 4개월 사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 지역에서는 정확한 피해 상황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생태학자 마크 그레이엄은 "산불이 빠르게 확산되는 데 반해 코알라는 재빨리 도망갈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생존한 코알라들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코알라의 유일한 먹이는 유칼립투스 잎인데, 이번 산불로 유칼립투스 숲 상당 부분이 손실됐기 때문이다. 유칼립투스 숲이 회복되기까지는 최소 몇 개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해 생존한 코알라들도 먹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시드니 대학의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지난 9월 시작된 대형 산불로 인해 5억마리에 이르는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가 사라졌다. 새해 들어서만 빅토리아와 뉴사우스웨일스, 사우스 코스트 등지에서 13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하면서 희생된 동물 수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시드니 대학교 디이터 호출리 교수는 "캥거루나 코알라처럼 잘 알려진 동물뿐 아니라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곤충과 희귀 식물까지 완전히 사라질까 두렵다"면서 "야생 생물이 급감하면 멸종위기종이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미래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월부터 호주 남동부를 덮친 화재는 강풍과 고온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이미 서울 면적의 66배에 달하는 약 4만㎢ 지역이 화재 피해를 봤다. 지금까지 최소 18명이 화재로 사망했으며 건물 약 1300여채가 소실됐다.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