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험지(險地)' 출마 의사를 밝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대표급·중진 인사들이 함께 수도권에 출마해 '한강 벨트'를 형성하자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5일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총선 때 부산·경남(PK)에서 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형성, 8석 대승을 거둔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종로를 축으로 용산·강남4구·동작·강서 등 한강과 인접한 지역구를 중심으로 '한국당 바람'을 일으켜보자는 것이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황 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함으로써 당내 뿌리깊은 '수도권 패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한강 벨트' 바람을 기반으로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승기(勝機)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 김병준·홍준표 등 전직 당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영남의 4선 이상 중진들이 '한강 벨트' 출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당대표급 인사들이 수도권에서 '올스타전'을 벌이면 한국당의 수도권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황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에 싸늘한 반응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내가 서울 강북이나 어디 수도권 험지에 가서 한 석 보태본들 그게 도움이 되겠느냐"며 경남 밀양이나 대구 동구을 출마 의사를 밝혔다. 최근 대구 출마를 포기한 김병준 전 대표 측도 "당이 원한다면 험지에 출마해야겠지만, 황 대표 측이 미리 상의 한 번 없이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김태호 전 지사도 최근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선언한 뒤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영남의 한 중진은 "무작정 영남 중진을 뽑아 수도권에 심으면 당선이 되느냐. 단세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했고 부산·경남의 한 다선은 "어설프게 수도권에 중진들을 공천했다가 '본진'인 PK가 다 털릴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 현역들도 "우린 가만히 내버려둬도 힘든 곳" "'수도권 험지 공천'으로 공연한 바람을 일으키지 말아달라"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