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제규모에서 ‘세계 톱 10’에 재진입하려면 7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 경기 둔화 여파가 생각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최근 발표한 2020년 연례 ‘세계 경제 순위표(League Table)’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1조6300억달러(약 1886조원)로 추산했다. 조사 대상 193개국 중 12위에 해당되는 규모다.

한국은 2005년 10위에 턱걸이로 진입한 이후 GDP 세계 순위에서 14년째 10위권 밖에 머무르고 있다. CEBR은 한국이 톱 10 재진입에 실패한 이유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중국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수출 중심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산항.

CEBR은 한국이 GDP 기준으로 다시 10위에 올라서는 시점을 2027년쯤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10위권 재진입 예측 시점을 2026년으로 내다봤던 것과 비교하면 1년이 더 늦어진 셈이다.

CEBR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2020∼2025년 사이 연평균 2.8% 성장하고, 이어 2026∼2034년에는 2.9%씩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지난해 "통일이 된다면 한국은 2030년 세계 경제 규모 6위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과 달리 올해 보고서에서는 통일 이후 전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2033년 무렵 미국을 제치고 경제 규모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1 년 전 세계 GDP의 21.2 %를 차지했던 미국은 지난해 24.8%를 차지할 만큼 높은 점유율을 보였지만, 중국의 빈곤층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앞으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 GDP는 올해 프랑스와 영국을 제치고 5위에 올라선 뒤 2026년에는 현재 4위인 독일을, 2034년에는 지금 3위인 일본을 각각 따라잡을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2034년까지 줄곧 6, 7위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도 프랑스가 당장 영국을 경제 규모 면에서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본 것. 이탈리아는 내년 8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2029년을 전후해 탑 10에서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북미권의 캐나다와 남미 브라질은 내년 각각 9, 10위에서 2024년 이후 8, 9위로 소폭 순위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CEBR은 "캐나다가 숙련된 이민자를 대거 유치하면서 경제력이 매년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