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마트에서 배가 고파 식료품을 훔쳤다는 30대 아버지와 10대 소년 부자(父子)의 스토리가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이면서 온정을 베푼 경찰관과 마트, 기부단체 등이 뜻하지 않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인천 장발장 사건’의 당사자인 A(34)씨 부자에게 국밥을 사주고 훈방 조치한 담당 경찰관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신문고에 접수돼 조사를 벌였다고 3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영종지구대 경찰들이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절도 혐의자를 훈방 조치한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며 "관련 규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답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를 벌여 ‘업무 편람에 의거해 훈방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 16일 해당 경찰관들에 대해 경찰청장과 인천경찰청장 명의의 표창을 상신한 바 있다.
‘장발장 부자’를 ‘용서’한 영종도 B마트에도 항의성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마트 관계자는 "‘잘 알아보지도 않고 왜 섣부르게 선처를 했느냐’는 질책을 많이 한다"며 "좋은 뜻에서 한 일인데 애꿎게 2차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A씨 부자를 위한 후원금을 접수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모금회 정민주 팀장은 "이번 일로 A씨 부자에게 써달라고 사용처가 지정된 후원금이 2000만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최종 금액이 정리되면 배분분과위원회를 열어 용처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후원금 반환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이어 "A씨가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은 맞고 배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맞는다"며 "아직 현금은 지원되지 않았고 쌀, 라면 등 현물은 일부 지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0일 A(34)씨와 초등학생 아들(12)과 인천의 한 마트에서 사과와 우유 등 식료품 1만원어치를 훔치다가 적발됐다. 하지만 A씨가 당뇨병 등으로 택시기사를 그만두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정을 설명하자 마트 주인은 처벌 의사를 철회했고, 경찰도 훈방 조치했다. 이어 경찰관이 A씨 부자를 국밥을 사주고 국밥집에 있던 한 시민이 20만원이 든 봉투를 전해줬다는 사연까지 전해지자 A씨에 대한 후원행렬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는 따뜻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SBS ‘궁금한 이야기Y’가 최근 A씨의 사정이 기존 방송사를 통해 알려진 사연과 다르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A씨의 실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방송에서 A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한 C씨는 "병은 핑계"라며 A씨가 대부분의 시간을 PC방에서 보내고 있다고 했다. 또 A씨가 일했던 택시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지인도 "10만원을 빌려줬는데 도박을 했다"며 "A씨가 택시기사로 일할 때 손님이 두고 간 휴대폰 파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A씨는 "국가에서 기초생활 수급비로 한 달에 135만원이 들어온다"며 :각종 공과금을 제외하면 66만원이 남는데 부족하지만 밥을 굶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유명해질지 몰랐다"며 "후원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