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증거위조 교사 등
"딸 장학금 600만원은 뇌물"… 노환중 부산의료원장도 기소
조 전 장관 측 "검찰의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
검찰이 31일 뇌물수수 등 11개 죄명을 적용해 조국 전 법무장관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 8월 동시다발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본격화한 지 126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조 전 장관을 자녀 입시비리, 딸 장학금 부정수수, 사모펀드 비리, 증거조작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11개 죄명을 적용했다.
특히 딸 조민씨의 장학금과 관련해서는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조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받은 장학금은 뇌물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에 검찰은 장학금을 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도 뇌물 공여 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해서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위조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등을 적용했다. 아내 정경심씨의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선 공직자 재산 신고 과정에서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보고 공직자윤리법 위반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또 조 전 장관이 아내 정씨의 증거인멸 관련 범행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과 정씨는 2013년 7월 아들 조모(23)씨가 해외대학 진학 준비로 학교 수업을 빠져야 되자 출석 처리를 위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 예정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장관은 아들 등과 공모해 이를 한영외고에 제출해 학교의 출결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장관과 정씨는 또 2016년 11~12월 사이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온라인 시험 문제를 아들로부터 건네받아 문제를 분담해 푼 다음 아들에게 답을 보내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아들이 해당 과목에서 A학점을 받도록 하는데 조 전 장관이 관여하는 등 조지워싱턴대의 성적 사정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봤다.
조 전 장관은 아들의 대학원 진학 과정에서 고려대·연세대 대학원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증명서와 조 전 장관 지인인 변호사 명의의 인턴활동 확인서, 조지워싱턴대의 장학증명서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검찰은 딸 조씨의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지원과 관련, 조 전 장관에게 위조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를 적용했다. 딸 조씨는 지원 과정에서 위조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부산 소재 한 호텔의 허위 인턴확인서·실습 수료증과 단국대·공주대 허위 인턴확인서,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 등을 제출했다. 서울대 의전원의 입학사정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인데, 이 과정을 놓고 조 전 장관이 앞서 기소된 정씨와 공범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딸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 재학 중이던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6학기 연속으로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검찰은 이 가운데 600만원의 장학금을 놓고 조 전 장관에게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한 시기에 받은 장학금에 대해서만 뇌물수수 등 혐의가 성립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대통령 등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및 직무감찰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서 직무와 관련해 딸의 장학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받아 딸의 등록금에 충당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노 원장도 재판에 넘겼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취임하자 양산부산대병원 운영과 부산대병원장 진출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청탁 명목으로 장학금을 줬다는 것이다.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5월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는데, 이후 한 달이 지난 뒤에도 다른 사람 명의로 코링크PE 주식, 웰스 주식, WFM 주식 7만주 실물을 보유하는 등 백지신탁이나 처분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민정수석 임명 직후 재산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8억원 상당의 코링크PE 주식을 차명보유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같은 규모의 채권이 있는 것처럼 허위 신고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에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소명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허위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내고, 2017~2018년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 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증거 조작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2019년 8월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확산되자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출자자에 대한 투자처 미보고’ 취지로 ‘운용현황보고서’를 꾸며냈다. 같은해 8월에는 부인 정씨와 공모해 검찰 압수 수색에 대비해 재산관리인인 증권사 직원 김경록씨에게 PC 하드디스크 3개와 동양대 교수실 컴퓨터 1대를 은닉하도록 지시해 증거은닉을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정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관련 혐의와 증거가 상당 부분 중복되는 점을 고려해 기존 구속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병합을 신청했다"며 "나머지 관련자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정씨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가 맡고 있다.
조 전 장관 측은 검찰 기소 직후 낸 입장문에서 "검찰의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법무장관 지명 이후 조 전 장관을 최종 목표로 정해놓고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총력을 기울여 벌인 수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초라한 결과"라고 했다.
이어 "이번 기소는 검찰의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 조 전 장관을 피고인으로 세우겠다는 억지기소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하나 하나 반박하고 조 전 장관의 무죄를 밝혀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