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30일 국회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과 같은 혐오표현 등을 자제하고,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의견을 내놨다.
인권위에 따르면 장애인단체 대표 등 진정인들은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약 10개월간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사용한 '정신(신체) 장애인' '벙어리' 등의 표현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진정인들이 사례로 든 발언에는 "정치권에는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다" "정신병 환자가 자기가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 정신병이 아니다" 등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을 비롯해 "웃기고 앉아 있네 진짜 XX 같은 게" 등 욕설도 포함됐다.
인권위는 장애인 집단을 예로 들어 표현한 경우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조사대상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며 진정은 각하했다. 다만 인권위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들은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비유 대상으로 장애인을 언급하고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예방할 책임이 있다"며 "정치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혐오 및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관심과 주의를 촉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는 또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여야(與野) 정당 대표들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권순일 위원장에게 혐오표현과 관련한 입장 표명이나 선언을 추진해달라고 했다.
인권위는 "위원회에 제기된 진정사건이나 언론보도 등에서 드러난 정치인의 혐오 표현을 분석해볼 때 그 주된 대상은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장애인으로 확인된다"며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과 같은 정치인은 공직자 신분을 가지므로 공무 수행 과정에서 이들 표현 행위가 특정 집단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공론장을 왜곡하는 형태로 행해져선 안 된다"고 했다.
인권위는 "할랄단지를 조성하면 무슬림 30만명이 거주하게 되어 대한민국이 테러 위험국이 된다" "여성은 매일 씻고 다듬고 피트니스도 해서 자신을 다듬어줘야 한다" 등을 정치권의 혐오 조장 발언 사례로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달X"이라고 부른 것도 혐오표현으로 봤다.
인권위는 문 의장에 "혐오 표현 자정과 예방 의지를 천명하는 입장 표명이나 선언을 추진하라"면서 "국회의원 윤리강령 및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에 혐오 표현 예방·대응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또 각 여야 정당 대표들에게도 "정당 구성원을 대상으로 혐오 표현과 차별 예방교육을 실시하라"고 했다. 선관위에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혐오 표현을 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강구해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