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NBA(미 프로농구) 경기가 열린 미국 뉴올리언스 스무디킹 센터. 3쿼터 종료 4분 54초를 남기고 페이서스의 저스틴 홀리데이(30)가 교체로 들어왔다. 그러자 코트 위 10명 중 '홀리데이(HOLIDAY)'라 쓰인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3명이나 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페이서스의 저스틴과 에런(23), 펠리컨스의 즈루(29)는 형제 사이. NBA 최초로 3형제가 동시에 코트를 누비는 순간이었다.
홀리데이 3형제의 부모님도 경기장을 찾았다. 현지 시각으로 이날은 토요일인 동시에 연말 휴가 기간이라 홀리데이 가족들에겐 이름처럼 특별한 '휴일(holiday)'이 됐다. 즈루와 에런은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며 부모님을 기쁘게 했다. 둘째 즈루는 20득점 7어시스트를 기록, 펠리컨스의 120대98 승리를 이끌었다. 막내인 에런은 이날 양 팀 선수 중 최다인 25점을 올렸다. 첫째 저스틴이 27분을 뛰었지만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홀리데이 가족은 유명한 스포츠 집안이다. 아버지 숀은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농구 선수로 뛰었다. 3형제 중 가장 유명한 선수는 둘째 즈루. 2009년 NBA에 데뷔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펠리컨스에서 11시즌을 뛰며 통산 평균 15.7점, 6.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즈루의 아내 로렌(32)은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에서 9년간 활약했다. 2008·2012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5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선 일본을 상대로 골을 터뜨리면서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16년 로렌이 뇌종양 판정을 받자 즈루가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시즌 초반 결장하기도 했다.
첫째 저스틴은 7시즌 동안 8팀을 거친 '저니맨(journey man·여러 팀을 옮겨다니는 선수)'이다. 저스틴은 올 시즌 페이서스와 계약하며 "페이서스가 매 시즌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팀인 동시에 동생이 뛰는 팀이라 선택했다"고 말했다.
막내 에런은 NBA 2년 차로 올 시즌 기량이 급성장했다. 평균 10.5점을 기록하며 페이서스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즈루는 경기 후 "3형제가 함께 코트를 누비는 건 매우 멋진 일이었다"며 "언젠가는 우리 셋이 한 팀에서 뛸 날을 그려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