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프로야구 선수에게 등번호는 또 다른 이름이다.

입단할 때 대충 받은 번호가 어느덧 자신을 상징하는 숫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에 드는 등번호를 달기 위해 시즌 도중 유니폼 교체를 감행하기도 한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등번호는 단순히 유니폼 뒤에 새겨진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람보르미니' 박해민(29, 삼성)은 올 시즌이 끝난 뒤 등번호를 바꿨다. 정들었던 58번 대신 13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올 시즌 1군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박해민은 새로운 등번호를 달고 새 마음으로 시즌을 맞이하겠다는 각오다. 박해민과 13번의 연관성을 찾는다면 그의 1군 데뷔전은 2013년 9월 13일(대구 롯데전)이다. 그리고 5와 8을 더하면 13이 된다.

27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19 대구광역시와 함께하는 양준혁 베이스볼 캠프'에서 만난 박해민은 "사실 오래전부터 등번호 변경에 대해 고민해왔다. 4년 연속 도루 1위를 기록하는 등 기존 등번호(58번)가 내게 좋은 기운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사용했었는데 올 시즌 성적이 워낙 안 좋다 보니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등번호를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해민의 등번호 변경 소식이 전해진 뒤 팬심은 싸늘했다.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곱게 보일 리 없었다. 박해민은 자신의 유니폼을 구입했던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58번이 박힌 유니폼을 구입하신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 등번호를 바꾼다고 야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변화를 주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싶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또한 "저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을 위해서라면 등번호를 바꿔서라도 야구를 잘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팬들께서 더 좋아해 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민은 13번을 내준 이성규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한 달 넘게 부탁해 13번을 받게 됐는데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올 시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등번호만 바꾼 게 아니다. 기술 훈련 시기를 앞당기는 등 성적 향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해민은 선수단 투표를 통해 다음 시즌부터 주장 중책을 맡게 됐다. 그는 "까마득한 선배님들을 따라가기 바빴는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주장 중책을 맡게 됐다"며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지 않지만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단을 잘 이끄는 것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야구도 못 하면서 팀을 이끌 수 없다. 팀 성적은 물론 개인 성적도 좋은 주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