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긴 뒤 50일 만에 산 속에서 머리 없는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의 부검 결과가 ‘사인 미상’ 나왔다.

사건을 분석한 손수호 변호사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인(死因)을 알수 없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는데, 이미 장례를 치르고 시신을 화장했기 때문에 추가 정밀 부검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휴대전화 기록을 토대로 한 경찰의 수사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5일 동두천시에서 30대 후반의 여성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란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가출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실종 약 50여일 만인 11월 14일 파주 감악산 절벽 60m 아래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고 머리가 없었다.

일러스트=안병현

문제는 유족들이 경찰로부터 시신의 머리가 없다는 정보를 들은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하지만 경찰은 남편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다음날 시신이 발견된 지점에서 150m 떨어진 곳에서 머리를 발견했지만 가족들은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시신 부패 과정에서 목의 자연 분리 가능성에 대해 "만약 그런 일이 생기려면 대단히 아주 가는 끈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스스로 목숨 끊을 때 과연 그 정도로, 즉 몸통과 머리 부분이 분리될 정도의 가는 끈을 준비했을까라는 의문이다"라며 "현장에서 끈을 비롯한 도구 자체가 아예 발견되지 않았다"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또 "현재는 스스로 목을 맸다고 볼 물리적인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경사진 곳이었기 때문에 실족사(산이나 다리 따위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져 죽는 일)에 대한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면 몸에 상처가 남는 게 일반적인데 별다른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보면 나무가 굉장히 빽빽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에 성인이 수십 미터를 굴러 내려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이 유족에게 시신의 머리가 없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양측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경찰이 딱히 그 시신의 상태를 일부러 정확히 알리지 않을 이유나 동기를 찾기는 또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시신의 머리에 머리카락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수색을 진행한 결과 시신의 몸통이 발견된 곳에서 20m 정도 아래쪽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변호사는 이에 대해 "9월 말이라 산속에서 계속 낙엽이 떨어지던 상황인데 나뭇잎에 덮이지 않은 상태로 발견돼 의문이다"라며 "당시 찾지 못했던 핸드백 역시 30m 위쪽에서 나뭇잎에 덮이지 않은 채 발견됐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핸드백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역시 의문을 남겼다. 손 변호사는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꺼진 곳이 시신 발견 장소에서 직선 거리로 8km나 떨어진 곳"이라며 "1시 10분쯤 남편과의 통화가 마지막이었지만 카카오톡 메시지는 저녁 8시 30분쯤까지 확인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화는 안 받았지만 카카오톡 메시지는 확인한 건지 아니면 사망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카카오톡 메시지만 확인한 건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