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일본 도쿄 지방법원에서는 중년 니트족 아들(44)을 살해한 구마자와 히데아키(76) 전 농림성 차관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렸다. 도쿄에서 오랫동안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한 아들은 얼마 전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아들이 자신들 부부와 다른 사람들을 해칠까 걱정한 구마자와씨는 결국 아들의 목숨을 끊었고, 법원은 늙은 아버지에게 6년형을 선고했다.

잃어버린 20년이란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에선 중년 니트족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80대 부모가 50대 니트족 자녀를 부양한다는 뜻의 '8050 문제'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중년(35~59세) 니트족은 약 123만명으로, 15~34세 젊은 니트족의 2.3배 수준이다. 2010년과 비교하면 청년 니트족은 12% 줄었지만, 중년 니트족은 반대로 5% 늘어났다. 중년 니트족은 학교 졸업 시기와 일본 경제가 거품이 꺼지며 불황에 진입한 때가 겹쳐 정규직으로 진출하지 못한 '취업 빙하기 세대'다. 신규 졸업자 위주 채용 관행이 있는 일본 사회의 특성 때문에 취업 적기를 놓친 청년 니트족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나이가 들어 중년 니트족이 됐다.

중년 니트 문제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범정부 기구인 '취직 빙하기 세대 지원 추진실'을 만들었다. 9부처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앞으로 3년간 중년 니트족 30만명에게 정규직 취업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일본 정부가 나선 건 빙하기 세대가 현 상태로 노후를 맞으면 사회보장비가 불어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중년 니트족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올해만 1000억엔 넘는 예산을 썼고, 내년에는 1344억엔(약 1조4300억원) 예산을 책정했다. 지난달 아베 총리는 "3040 니트족을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청년 실업이 장기 불황과 맞물리면 우리도 일본처럼 중년 니트족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더 늦기 전에 경제·사회적 역동성을 되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