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민속극장 풍류에서 만난 다문화 극단 ‘샐러드’의 박경주 대표는 “다양한 문화가 서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독일 유학 시절 제가 겪었던 인종차별을 한국인들이 같은 동양인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각기 다른 사정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모인 극단이 있다. 극단 '샐러드'는 대표 박경주(51)씨만 빼고 배우도 스태프도 외국인이다. 박씨는 극단 이름에 대해 "여러 채소가 본연의 맛을 유지하면서 조화롭게 어울린 샐러드처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이들이 조화를 이루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술작가로 활동하던 박씨가 극단을 시작한 건 2009년.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독일 유학 시절의 경험이 그를 다문화 가정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고 했다. 베를린에서 실업영화를 전공했는데 "너희 나라에서 이런 것 배웠을 리 없으니 함부로 프로그램을 만지지 말라"는 차별적인 말을 들었다고 한다. 네오나치 세력의 집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를 더욱 놀라게 했던 건 그와 같은 차별이 한국 사회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박씨는 "TV에서는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을 불쌍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일터에서 그들의 인권, 노동권은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박씨는 다양한 문화가 동등한 가치로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극단을 시작했다. 한 번도 공연예술을 경험해보지 않은 다문화 이주민들을 섭외했다. 시어머니의 반대로 참가하지 못하는 배우들이 속출하면서 극단이 자리 잡는 데만 4년 가까이 걸렸다.

극단 '샐러드'의 공연은 학교에서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겪는 일들을 주로 다룬다. 차별을 겪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가 엄마 나라의 악기를 친구들과 함께 배우면서 갈등을 풀어가는 등의 내용이다. 박씨는 "한국인 관객에게 다양한 나라의 문화 예술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박씨는 결혼이주여성, 재일교포, 탈북자 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극단의 작은 노력이 다양한 문화가 상호 존중받는 열린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