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늦은 휴가로 브루나이(Brunei)에 갔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거기 뭐가 있어?' 였다.
여행기자들 사이에서도 브루나이는 낯설고 신비로운 나라다.
어디에 있고,무엇이 있는지 단번에 떠오르지 않는 미지의 장소랄까.
그때, 미디어에서 브루나이를 몇 번 접한 다른 기자가 대답을 대신했다.
'국왕이 있고 석유가 많고 왕실 소유의 엄청 큰 호텔이 있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브루나이 추천사로는 조금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 브루나이가 얼마나 괜찮은 여행지인가에 대한 보충 설명을 시작한다.
◇호캉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여행지
어떤 사람들에게 여행의 만족도는 '희소성'에서 온다. 쉽게 가볼 수 없다고 생각한 곳을 경험하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안전성'까지 확보되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여행지로 급부상한다. 브루나이에는 술, 담배, 밤문화가 없다. 더불어 길거리에는 쓰레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정식 명칭은 브루나이 다루살람(Brunei Darussalam), 수도는 반다르 세리 베가완(Bandar Seri Begawan)이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사이에 위치한 보르네오(Borneo)섬 북서쪽에 있다. 섬 하나에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세 나라의 영토가 함께 있다는 것도 신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갈 것인가. 먼저, 인천에서 브루나이까지 직항노선이 있어 5시간만에 편리하게 도착할 수 있다. 주 4회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로얄 브루나이 항공은 브루나이 왕실 소유의 항공사다. 서비스는 평범하지만 좌석은 단연 최고다. 필자가 타 본 그 어떤 이코노미 좌석보다 넓고 쾌적했다. 도착 후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이 조금 아쉬울 정도.
브루나이는 호캉스를 누릴 수 있는 럭셔리 여행지다. 오지탐험이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도시 분위기는 오히려 세미 캐주얼에 어울린다. 브루나이의 대표 호텔이자 랜드마크인 엠파이어 호텔(Empire Brunei)은 세계에서 단 두 곳 밖에 없는 7성급 호텔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5성이지만 로비에 도착해 황금 기둥을 보는 순간 비공식 7성의 위엄을 느끼게 된다. 로비의 노란 장식은 모두 순금이라는 이야기에 누구나 한번씩 기둥에 손을 뻗어본다. 이곳은 원래 브루나이의 왕족과 해외 국빈을 위해 지어진 곳으로 1994년부터 대중에 공개됐다. 건축비에만 28억 달러, 한화로 약 3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 들어갔다고 한다.
2박 정도의 일정으로는 호텔 내 부대시설을 다 경험하기 어렵다. 호텔은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와 시설을 자랑한다. 특히, 세계 100대 골프장으로 선정된 최고 수준의 골프코스가 있어 겨울이면 골프여행을 즐기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명성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기 때문에 호캉스 여행지로 더할 나위 없다.
◇브루나이 서민의 삶이 담긴 수상가옥
호텔에서 브루나이의 럭셔리를 마음껏 경험했다면 브루나이 서민의 생활을 엿볼 차례다. 목적지는 캄퐁 아예르(Kampong Ayer). 지금도 약 3만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상가옥 마을이다. 집뿐 아니라 소방서, 경찰서, 학교, 모스크까지 생활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 관광객들도 보트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거나 배에서 내려 다리를 따라 마을을 걸어볼 수 있다.
오랜 역사를 반영하듯 삐걱거리는 나무다리와 가옥은 겉보기에 매우 허름하지만 집안은 의외로 넓고 깔끔하다. 정부에서 뭍으로 이주할 것을 권했음에도 자발적으로 이곳에 머무는 주민들이 많다. 수상가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튼튼한 2층짜리 집과 콘크리트 다리가 있는 '신시가지 수상마을'도 생겨났다.
◇청정 자연의 진수, 울루 템부롱 국립공원
브루나이로 여름휴가를 정한 이유는 청정한 공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국가 면적의 85%가 숲이다. 게다가 브루나이가 위치한 보르네오섬은 '아시아의 허파'라 불릴 정도로 대기질이 좋은 곳이다. 브루나이 관광 1순위로 꼽히는 울루 템부롱(Ulu Temburong) 국립공원에 가면 이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공원은 브루나이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지만 국토가 연결되어있지 않아 배를 타고 말레이시아 국경을 거쳐 다시 브루나이 템부롱 지역으로 들어가야 했다. 최근 대림건설에서 브루나이의 동서를 잇는 템부롱대교를 준공했다 하니 앞으로는 더 가까워진 템부롱을 기대할 수 있다.
국 립공원에 도착하면 롱테일보트를 타고 정글의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끝없이 이어지는 맹그로브 숲에서 운이 좋으면 코주부원숭이나 악어를 만날지도 모른다. 배에서 내리면 1,200개가 넘는 길고 긴 계단이 나타난다. 한참을 걷다 보면 드디어 템부롱의 하이라이트, 70m 높이의 아슬아슬한 철탑이 등장한다. 산 위에 세워진 아파트 25층 높이의 철탑은 자연을 보호하면서 정글뷰를 만끽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최선의 장치다. 엘리베이터는 없다. 계단 넓이만큼 좁게 세워져 안전상 많은 사람이 오르지 못하기 때문에 3~5명씩만 올라야 한다. 아찔한 높이에 다리는 이미 후들거리지만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순간 눈앞으로 펼쳐지는 무한한 초록빛 풍경에 절로 탄성이 터진다.
수도 반다르 세리 베가완(Bandar seri Begawan)
비자 무비자 30일
비행시간 약 5시간 20분 소요
시차 한국보다 1시간 느림
공용어 영어, 말레이어, 중국어
화폐 브루나이 달러(1BND=895원. 싱가폴 달러와 1:1 사용 가능)
전압 220V 3구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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