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가 대학생 시절 엄마의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딸에 대해 '저자 자격 있다'고 판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암센터 연구진실성조사위원회는 지난달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그런데 조사에 따르면, 딸의 역할은 연구의 핵심적인 과정인 실험 참여 등과는 무관했다. 다만, 엄마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교열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 기간도 2011년 5월부터 2년간 진행된 당시 연구에서 실험 종료 후 마지막 논문 정리 단계인 2013년 5~6월 한 달가량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논문은 국제적인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는데 모든 저자의 동의를 받아야 공동 저자가 될 수 있다는 저자 인정에 관한 글로벌 기준과 공동 저자 중 가족이 있으면 신고해야 한다는 학술지 규정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디어 내고 교열봤다고 '저자 인정'

연구진실성조사위는 융합기술연구부 소속 A교수 차녀의 저자 역할에 대해 "캐나다 맥길대학 미생물학·면역학부에 재학 중이었는데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HPV)의 증식과 역할에 대한 분석 형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엄마인 A교수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원고 작성과 교정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부모·자식 관계를 떠나 이 정도 수준의 참여는 '기여자'로 표현하지 공동 저자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했다.

A교수는 본인과 딸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국립암센터 교수 가운데 제1저자에게만 "딸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다"고 알렸고, 나머지 2명의 교수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또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면서 '공동 저자에 가족 등 이해 관계자가 있으면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공동 저자에 가족이 없다"고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학논문 공동 저자 기준에 대한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CMJE)의 권고에 따르면 '모든 저자들이 다른 저자의 기여를 확신'해야 공동 저자 자격이 있다. 이 밖에도 연구의 구상·설계에 기여할 것, 논문 작성이나 수정에 참여할 것 등 총 4개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공동 저자가 될 수 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공동 저자 자격이 있음'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대신 엄마인 A교수에게 경고 조치와 신규 연구과제 수주 무기한 금지 등 제재를 내렸다. 징계시효(3년)가 지나 감봉 등의 제재는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전원 진학하면서 공동 저자 논문 활용

A교수의 딸은 2016년 가톨릭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입학지원서에 문제의 논문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는 점을 비중있게 적은 것으로 연구진실성조사위 조사에서 확인됐다. 국립암센터 측은 "A교수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결정에 해당 논문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답변을 가톨릭대 의학전문대학원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공문 등 입증 서류를 제출하진 않았다"며 "공동저자 자격 판정과 별개의 문제라 추가로 조사하진 않았다"고 했다.

◇'제1저자' 등재한 교수 자녀 3명 조사 중

A교수는 이번에 조사가 끝난 차녀 외에도 장녀도 본인의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8월 자체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진실성위를 가동했다.

종양면역학연구부 B교수는 두 아들을 자신의 논문에 '제1저자'나 '공동 저자'로 등재한 것이 드러났다. 나머지 3명은 다음달 중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