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3가 먹자골목 안으로 15m쯤 들어가자 노란 입간판이 보였다. '금이빨 삽니다.' 업주는 "치과 폐금(廢金) 매입 전문"이라고 했다.
살다 보면 입속에 '금광'이 생긴다. 충치를 치료하고 들씌운 금니 말이다. 반영구적이라 10~15년마다 갈아줘야 한다. 치아 치료 후 치료 부위에 통째로 씌우는 '크라운'은 금 함량이 40%에서 79% 사이다. 치아 일부분만 금으로 때운 '인레인'의 금 함량은 78~90%라고 한다.
올해 금값이 20~30% 오르면서 금니 매매가 늘고 있다. 부업으로 '금이빨 삽니다'를 붙여놓은 구둣방도 흔하다. 아이들은 그 앞에서 "와, 어른들은 금이빨도 파나 봐"라며 놀란다. 아마도 유튜브에서 금니 판매 과정을 담은 영상을 검색할 것이다.
수명을 다한 금니는 어떻게 거래되고 흘러 흘러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인터넷에 '금니를 판매하고 싶다'는 글과 전화번호를 남기자 한 업체에서 곧장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동네 구둣방보다는 저희가 더 후하게 드려요. 금니를 등기나 택배로 보내주시면 감정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귀찮아서 귀금속점이 모여 있는 종로 3가로 갔다. 금시세는 살 때 가격과 팔 때 가격이 다르고 순금(24K)인지 18K인지 14K인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다. 이날 매매기준율은 순금 한 돈(3.75g)에 20만8000원쯤 됐다. 치과용 금은 대부분 14K(순금 58%)라고 한다.
폐금 매입 업체는 후미진 뒷골목에 있었다. 오래된 금인 '고금', 여러 금속과 섞인 '잡금'도 취급한다.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금이 이곳에 모이는 셈이다. 업주 앞에 금니를 꺼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금니 자리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10년 넘게 소화를 도와준 몸의 일부분이었다. 업주는 금니 색깔만으로 금 함량을 꿰뚫어볼 줄 아는 달인(?)이었다. "이건 42%밖에 안 된다"며 금니를 저울에 올렸다.
3.29g. 그가 금 함량에 따른 시세표를 보더니 지폐를 세기 시작했다. 7만2000원. 건네받으면서 물었다. 이 금니는 이제 어디로 가느냐고.
업주는 "녹여서 금을 추출하는 정제 과정을 거쳐 일단 이렇게 바뀐다"며 책상에서 뭔가 묵직한 것을 들어 보였다. 골드바(gold bar)였다. 사진으로 본 윤기나는 금괴와는 달랐다. 좀 어둡고 쓸쓸한 빛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