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로 허리에 손을 두르고 수줍게 어설픈 탱고를 춘다.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보다가 약을 올리고 고성을 지르기도 한다. 지난주 개봉한 '두 교황'(감독 페르난두 메이렐리스)은 교황도 한 인간임을 보여주는 넷플릭스 영화.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들의 회의) 때 마주친 적 있는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와 그다음 교황 프란치스코(조너선 프라이스)가 제대로 만나 긴 대화를 나눴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그린 영화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슬럼가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한다. 격의 없고 소탈한 이 남자가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은 라칭거 추기경이다. 독일어로 말을 거는 흑인 추기경을 보며 "모두가 라틴어로 말할 때가 좋았다"고 고개를 젓는 그는 꽉 막힌 보수적인 인물. 그를 지지하지 않는 신자들은 독일인인 그를 '나치'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그가 2005년 교황으로 추대된 베네딕토 16세다.
수년 뒤 교회의 발전 방향에 회의를 느낀 베르고글리오가 사직서를 내러 교황을 찾아오는 것부터는 상상이다. 베르고글리오는 시도 때도 없이 사직서를 들이밀고, 베네딕토 16세는 심통 난 표정으로 "당신의 인기 비결이 무엇이냐" 물으며 사직서를 거들떠도 안 본다. 시답잖은 일로 투닥대는 듯하지만, 대화는 지극히 심오하다.
"변화는 타협이다." "주님이 주신 삶은 변화다." 보수파와 개혁파가 날 선 논쟁을 벌인다. 아슬아슬한 농담도 한다. "5세기 무렵부터 천사들이 사방에 등장했지요. 마치 여기 있는 비둘기처럼요." 교리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왔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베르고글리오가 든 예다. 엄숙해야 할 교황 선출 장면에 아바의 '댄싱퀸'을 틀어 마치 쇼처럼 그린, 불경스럽지만 경쾌한 연출에 웃음도 터진다. 베네딕토 16세가 라틴어를 선호하는 이유를 두고 "추기경 상당수가 라틴어를 알아듣지 못해서"라고 유머를 던지는 장면엔 미소가 떠오른다.
'두 교황'은 서로 너무 다른 두 인물이 대화하며 용서하고 사랑하는 걸 찬찬히 그려낸다. 시스티나 성당 안쪽 작은 방에서 피자를 먹으며 서로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부분부터 감동은 호수처럼 찰랑인다. 이념을 뛰어넘어 관용과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는 모습에, 보는 사람도 어떤 손이 쓰다듬고 토닥임을 느끼게 된다.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의 좋은 연기는 감동을 더한다. 바티칸 내에서 촬영할 수 없어 시스티나 성당 내부를 그대로 재현한 세트장도 놀랍다. '아이리시 맨' '결혼이야기' '애틀랜틱스'에 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오늘부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