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88개국 무비자입국으로 '공동 2위'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여권(旅券)은 일본과 싱가포르 여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영국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가 올해 4분기 전 세계 199개국의 여권 지수를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헨리앤드파트너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토대로 ‘사전 비자 없이 방문 가능한 외국 국가 수’를 집계해 매 분기마다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일본과 싱가포르 여권 소지자는 2019년 4분기 기준으로 190개국에 사전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세계에서 가장 범용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여권을 소지한 일본 국민은 약 23% 수준으로, 소위 주요 7개국(G7) 중 여권 소지자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세계화 시대에 일본 국민들은 점점 더 내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등급’ 여권으로 분류된 일본과 싱가포르에 이어 188개국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한국과 독일, 핀란드 여권이 2등급으로 뒤를 이었다. 3등급엔 덴마크·이탈리아·룩셈부르크가 올랐다. 미국은 비자 없이 184개국을 방문할 수 있었고, 중국은 71개국이었다. 39개국에 그친 북한 여권은 레바논과 같은 100등급이 매겨졌다. 아프가니스탄 여권은 199개국 중 최하위로 평가됐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일본의 ‘여권 파워’가 강한 이유로 "범죄율이 낮고 정치·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되며 일본인은 난민(難民) 신청 우려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입국을 위해 비자가 필요할 경우 여행자는 목적지 국가의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미리 서류를 발급 받아야하는 데,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일련의 입국 절차를 간소화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일본인들은 이런 자국 여권의 혜택을 누리지 않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지적했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점에서 기간이 유효한 여권을 보유한 일본인은 약 2998만명이다. 일본 인구가 1억2686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약 23.6% 국민만이 여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전체 국민 5170만명 가운데 약 63%(3262만명)가 여권을 소지한 한국의 1/3 수준인 셈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많은 일본인들은 집에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homebodies)처럼 보인다"며 "일본의 경제규모나 인구를 감안할 때 해외에서 유학하는 학생 수,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일본인 수는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인들은 여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따뜻하게 환영받을 수 있지만, 해외로 나가는 것에 흥미를 두는 일본인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