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경찰이 나치 친위대(SS) 대장이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의 무덤이 파헤쳐진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를린 중앙 인발리덴 공원묘지 직원은 지난 12일 하이드리히의 무덤이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다만 유골은 훼손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이드리히는 과거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를 조직한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독일 나치 정권하의 정치경찰인 게슈타포를 창설해 이끌고 유대인 대학살 시니라오인 ‘최종 해결방안’(Final Solution)을 기획했다.
‘프라하의 도살자’ ‘피에 젖은 사형집행인’로 불리던 그는 1942년 6월 ‘앤트로포이드’(Anthropoid)라고 불린 연합국의 비밀작전으로 숨졌다. 히틀러의 최측근이던 하이드리히가 죽자 당시 나치는 체코 리디치 마을 모든 남성들을 처형하고 여성들은 수용소로 보내 보복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독일법상 무덤 훼손은 중대 모욕으로 간주해 기소될 수 있다. 2차 대전 후 연합군은 나치 동조자들이 그들의 무덤을 추모 장소로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나치 대원 무덤에 따로 표시를 못 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에 하이드리히 무덤에도 별다른 표식은 없다. 방송은 무덤을 훼손한 인물이 사전에 묘지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독일 경찰은 묘 개장이 나치 추종자나 그의 범죄를 증오하는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